농업은 또 하나의 예술“우리가 누구냐고요? 파절이가 될 때까지 농사짓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파절이’라 부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있다. 한창 파릇파릇한 나이에 왜 축 처진 파절이라 부르냐고 했더니 사실 ‘파릇한 절므이(젊은이)’의 준말이란다. “그런데 이름을 잘못 지었는지 몸이 파김...2012-12-28 11:32
‘르포작가’라는 이름보다 ‘기록노동자’라 불러주오요즘 트위터에 성명서가 돈다. 성명서 글자 수가 110자 이내다. 성명서(트윗에서 ‘답우물’로 검색)가 짧다니 이상하고, 내용도 희한하다. 성명서 이름조차 생소하다. ‘답우물 성명서’라 불리는 글의 일부를 가져와 본다. “기록노동자들의 노동자 선언은 계속됩니다. 답답한...2012-12-15 01:15
“함께 벌었으니까 나누며 살아야죠”1년에 두 번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다른 곳보다 월급도 많고, 회식 때마다 경품 이벤트를 여는 회사.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회사 홍보글을 올리면 수시로 10만원을 쏴주거나 영화와 뮤지컬 표를 끊어와 건네는 사장. 가히 ‘신의 직장’이라 할 만한 이곳은 ...2012-11-30 15:45
[만인보]강용주의 독감예방접종11월7일 저녁 8시30분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23명의 죽음이 드리워진 분향소 옆에 ‘거리의 병원’이 세워졌다. 고문생존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도우려고 설립한 재단법인 ‘진실의힘’이 겨울 독감 예방주사를 접종하려고 방문했다. 지난...2012-11-16 17:14
동네 사랑방 같은 ‘자전거 있는 풍경’ “어쩐 일이야.”“ 아니 우리 딸이 요 앞에 자전거, 액세서리인가 뭣인가 그것 사러 온다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아니 근데 형님, 문자 안 보셨어요? 오늘 모임이 있나. 어묵을 더 사려고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없어가지고.” “아니야. 없어. 아이고, 딸이야? 날씬하기...2012-10-24 16:24
'래디컬 잉여'의 즐겁게 싸우며 사는 법애매하다. 직업 활동가는 아닌데, 양식을 지닌 건전한 시민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굳이 꼽자면 ‘전문 시위꾼’ 정도가 그의 정체에 가장 근접한 명칭일 터인데, 이 무겁고 건조한 치안 용어의 의미망으로 포획하기엔 그의 삶은 지나치게 가볍고 발랄하다. 그의 이름은 강성석(...2012-10-12 16:55
서로의 눈이 되어 더불어 함께 걷다9월13일 목요일, 구슬비가 흩뿌려 자욱하게 안개가 내려앉은 경기도 남양주 예봉산 산길. 1년에 한 번쯤 산에 오르는 나는 숨이 턱턱 막혔다. 저만치 앞선 선인산악회 일행을 다급한 마음으로 쫓아갔지만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일행들은 빗길이 미끄러워 다른 날보다...2012-09-21 15:04
산업재해 환자에서 그들 돕는 벗 되다 영일은 시계를 봤다. 9시57분. 요의가 느껴졌다. 남은 분량을 보니 20개짜리 한 묶음 중 겨우 하나가 남았다. 에잇, 화장실은 남은 거 마저 하고 가지 뭐. 영일은 작업을 시작했다. 프레스 기계가 올라가 멈춘 사이 철판을 넣고…. 그러나 프레스는 멈추지 않았다. ...2012-09-04 17:17
‘고맙다’ 말하다 ‘고맙다’ 말 듣도록일본에서 ‘시각장애자국제협력협회’(ICA)를 이끄는 한인 시각장애인 김치헌(67)씨를 케냐에서 만난 건 우연이었다. 지난 7월21일 케냐 나이로비로 출장 갔을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그곳에 김씨도 묵고 있었다. 한국식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는 ...2012-08-22 16:56
중년의 락그룹처럼 B급 영화를 만들다B급영화를 제대로 찍어보겠다는 모임이라고 했다. 모임 이름도 B급에 플러스를 붙여 B+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B급 영화일까? 저예산 영화, 졸작 영화, 서로 물고 뜯는 좀비 영화, 피가 튀는 전기톱 영화, 블랙 코미디, 살색(?) 컬러가 주를 이루는 영화. B급영...2012-08-07 17:16
어쩌면 일어났는지 모를 ‘봉사의 기적’어릴 적 스웨덴으로 입양된 아들은 한국말을 할 줄 몰랐다. 양부모가 있는 스웨덴으로 돌아가는 날, 전라도에 있는 친엄마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서로 안부를 물은 뒤 엄마가 어렵게 입을 뗐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삼촌이 너와 동생을 데리고 고아원에 맡겨버렸다....2012-07-11 17:35
기타 만든 손으로 희망 코드를 잡다 “여행을 떠나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음악이 울려퍼진다. 4인조 밴드가 나와 기타를 치고 타악기를 두드린다. 실력은 서툴지만 듣는 사람, 부르는 사람 흥을 돋운다. 그런데 연주가 갈수록 묘하게 느려진다. 1절을 부르기도 전에 음악이 멈춘다. 연주 실수다. 방...2012-06-27 14:20
사랑방 마실 같은 동네 병원 꿈꾸다 아침 7시면 눈을 뜬다. 오늘 그의 첫 일정은 인천평화의료생협에 가서 내시경 장비로 시술 연습을 하는 것. 한동안 병원 생활을 하지 않은 탓에 손이 잊었을까봐서다. 거기서 점심도 먹고 온다. 맛없는 밥의 대표 주자가 병원 밥이라지만, 인천평화의료생협 식당은 음식 마련...2012-06-15 11:05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배추도 있고….” 어린 시절 심심하면 친구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던 노래를, 이 시대의 아이들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지.시장에만 가면 모든 것이 있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에겐 대형마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장...2012-05-30 20:29
보수의 중심에서 민중언론 세우다5월9일 대구 경북대 앞 커피점 ‘희루’. 저녁 6시에 보기로 한 두 사람은 7시가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옆자리에선 경북대생으로 보이는 20대들의 토론이 한창이었다. “국방비 삭감하고 4대강 같은 토목사업에 낭비하는 돈만 줄여도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니까.” “복...2012-05-16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