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피복의 노출을 포기하고 착용자의 신체 노출을 극대화한, 일테면 의복 희생의 결과물이 미니스커트입니다. 우린 ‘미니’라 줄여 부르니 이름마저 희생시킨 셈입니다. 미니의 자격 조건은 ‘무릎 위 20cm’라는 남다른 측량 단위로 판단됩니다. 커트라인을 오버한 초미니에 민망하기 짝이 없는 ‘똥꼬 치마’란 별칭이 따로 붙습니다. 까다로운 이 의복의 착용은 크게 세 가지 요구를 전제합니다.

용기, 결단력 그리고 서구적 체형입니다. 67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미니는 앞의 두 조건은 충족했지만 체형 조건까지 통과한 건 아닙니다(솔직히). 하여 용기와 결단력만 겸비한 동아시아의 숱한 6등신도 미니를 남용했습니다. ‘예쁘다’와 ‘섹시하다’는 필시 상이한 어원과 뜻을 갖는 용어들이지만 남성적 언어문화에서 두 용어는 동일하게 간주되며, 특히 미니 착용 여부로 둘은 완전히 포개집니다. “요새 젊은 것들은 어쩜 저리도 예쁜 게냐”는 탄성과 질시는 ‘요새 젊은 것들’의 능숙한 미니 소화력을 함의합니다. 미니스커트! 부피도 작은 것이 많은 걸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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