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보단장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11월2일 ‘세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 비교’라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박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극명한 차이점은 박 후보는 15년간 오래 준비했고 두 후보는 현실정치 참여가 10달·2달 된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점”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지 박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팩트 체크’(fact check)해보자.
당 대표로서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 소수 세력을 지원하는 법안 예산 지휘→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본인이 직접 그런 법안·예산안을 냈는지 기억하는 사람 별로 없음. 퍼스트레이디 대행 등을 통해 국정을 통합적·전반적으로 살펴본 경험→ 퍼스트레이디 할 때 아버지가 저지른 악행에 관여한 바, 아는 바 없다고 하지 않았는지. 다른 두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백 회 민생 현장 방문 기록→ 대선 말고 이나 에 나가보시는 것이 어떤지. 2004·2012년 두 총선에서 승리하는 등 위기에 유달리 강한 면모→ 그런 위기가 생길 동안 그분은 뭐하셨는지. 2년3개월 동안 당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집권 다수당이던 열린우리당 대표 8명 교체→ 아버지를 닮아 장기 집권에 재능이 있으신 듯. 5선의 풍부한 국회 의정 경험→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무슨 법안을 내셨는지 도통…. ‘전방은요’ ‘대전은요’ 발언에서 보듯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 혹시 한마디 이상은 말하지 못하는 거 아니에요? 양부모를 그렇게 잃고 본인에게 어떤 불행과 위기가 닥쳐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반드시 극복하는 오뚜기→ 제발 다른 일 좀 찾아보시면 안 되는지. 미디어법 등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정치, 정치 생명을 건 신뢰의 정치 실행→ 종합편성채널 국회 처리는 날치기 정치로 기억하는데. 종편 망해가는 꼴 보고 책임의 정치도 좀 하는 게 어떤지. 불통·고집·제왕적 비난 무릅쓰고 불의와는 절대 타협 않는 모습 보여줌→ 그게 바로 불통·고집·제왕의 딸인데 그걸 모르네. 부정부패, 권력비리, 부정한 청탁과 악수한 적 없는 청렴성 입증→ 정수장학회는 입증이 안 되는 건지, 입증을 못하는 건지. 두 차례 대선 도전 등을 통해 가장 철저하게 검증받은 정치인→ 그러니까 정수장학회는 검증받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김정일과의 회담 등 다양한 대북 경험, 실질적인 대북 수뇌부와의 회담 경험→ 김정일과의 비밀 대화록이 있다고 보는데, 그때 무슨 말을 나눴는지. 없으면 말고.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에서 연설 뒤 질의응답을 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공개 검증 기회→ 대학 입시용 수상 경력도 아니고, 하버드대에서 발급한 검증서라도 공개한 다음에.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2만원에 팔리는 상품들도 이런 수준의 홍보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안 믿으니까. 상품 사용 후기가 괜히 있는 줄 아시나. 공보단장이라는 분이 이러시면 기자들 곤란하지요. 하긴 이정현 공보단장은 ‘투표 시간 연장 법안’과 ‘후보 중도 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해놓고선 나중에 나 몰라라 했다. 이번에 낸 자료도 나중에 그냥 “개인 입장”이었다고 하면 되니까. 뭐, 알아서 하세요.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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