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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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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땅에 돈을 묻을까?

등록 2012-11-06 15:42 수정 2020-05-03 04:27

금융상품에도 흥행 코드가 있다. 최근 10년간은 단연 연금이다. 밋밋한 보험, 펀드, 신탁 등에도 ‘연금’만 붙으면 인기를 끌었다. 하다못해 연금복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노후에 대한 중산층 서민들의 불안을 파고든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승리다. 정부도 세제 혜택을 늘려 그들을 도왔다. 하지만 상당수 연금저축 상품은 노후자금이 불어나기는커녕 원금을 까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31일 처음 공개한 ‘연금저축 통합공시’ 시스템을 보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198개 연금보험들은 판매 이후 연평균 3.91%의 손실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들의 234개 연금보험의 수익률도 -1.90%에 그쳤다. 그나마 은행의 연금신탁과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는 일부 수익을 냈다. 비싼 수수료를 물어가며 노후자금을 맡겼는데 물가상승률만 상쇄해줘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젠장, 이럴 거면 차라리 돈을 땅에 차곡차곡 묻는 게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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