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현병철을 체조 국가대표로!

부글부글
등록 2012-06-19 19:24 수정 2020-05-03 04:26
[%%IMAGE1%%]

손연재 선수가 앞머리를 잘랐어요. 한층 예뻐진 모습에 삼촌 팬들 정신 못 차리는데, 요즘 리듬체조 성적까지 참 좋아요. 뱅그르르 돌고 나서 깜찍하게 서는 손연재 선수, 균형감각도 일품이죠. 손연재 선수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세반고리관은 우리와 다르게 생겼나 봐요.

그런데 요즘, 손연재 선수를 능가할 만한 체조계의 ‘루키’가 나타났어요. 심지어 평생 법학 공부만 했다는 노령의 선수라 하니 더욱 놀라워요. 그 주인공은 지난 3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현병철(68)씨예요. 6월11일, 그 어렵다는 인권위 위원장직의 연임에 성공해, 새삼 이분의 ‘균형감각’이 주목을 받고 있거든요.

그의 실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청와대예요. 청와대는 “2009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에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현 위원장의 연임 이유를 설명했어요. 북한 인권 문제와 생활밀착형 인권 등을 강조해 인권이 국민 일상생활 저변에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덧붙였어요.

아, 우리는 왜 이런 훌륭한 선수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요? 청와대가 알아줄 실력이라면 남자 국가대표 기대주로 손색이 없을 듯한데 말이죠. 그동안 서울 용산 참사, 미네르바 사건,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변호사 명예훼손 사건, MBC 수사, 그리고 김진숙씨의 한진중공업 고공농성까지… 쉼없이 터져나온 심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하느라 언론이 체조계의 루키를 알아보지 못한 탓이 커요. <한겨레21>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어요.
하긴 현 위원장도 그동안 체조 실력을 갈고닦느라 지난 3년 동안의 사건들에 관심을 두지 못한 것 같아요. 현 위원장은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키는 사안은 다루지 않는 게 좋다”며 자신의 특기인 ‘균형적인 시각’을 앞세우며 각종 인권 문제의 논의조차 꺼내지 않았다지요. 그런데 현 위원장의 실력을 알아보지 못한 문경란·유남영·조국 등 인권위원 3명과 61명의 인권위 전문·자문·상담위원들은 인권위를 떠났어요. 또 국제사회에서 인권기관의 모범 사례로 떠받들던 한국의 인권위가 이제 우려 대상이 됐어요. 시민사회단체는 ‘인권무시위원회’라고 지적하고 있고요.
제가 ‘균형’이라는 말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현 위원장의 행보와 청와대의 발표를 보면, 아무리 달리 생각해봐도 세반고리관의 균형 말고는 설명할 단어가 없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시민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권위를 망가뜨린 현 위원장에게 연임의 기회를 줄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번부터는 바뀐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권위 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대요. 그래서 <한겨레21>이 새로운 인사청문회 방식을 제안해보려 해요. 우선 청와대가 극찬한 현 위원장의 균형감각을 평가하기 위해, 청문회에서 마루운동·안마·뜀틀·링운동·평행봉·철봉 등 6개 종목의 시연 평가를 해봐요. 현 위원장은 기술과 표현력에 주력해 자유연기를 펼쳐야 해요. 심사는 국회의원 평가 50%, 일반인 평가단의 문자투표와 인터넷투표 50%를 반영토록 하죠. 아 참, 방송 중계권은 시청률 안 나오는 종편에 깔끔하게 양보하도록 해요. 대박 나면 축구 중계보다 시청률이 더 나올지 모르니까요. 현병철 선수,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우리가 응원할게요! 진심으로.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