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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속물이다

통계 뒤집기
등록 2012-06-06 12:51 수정 2020-05-03 04:26

카페 여종업원인 이아무개(32)씨는 지난해 4월 200만원을 빌렸다. 불법 사채업자 고아무개(55)씨의 돈이었다. 돈을 빌린 다음날부터 하루 2만6천원씩 100일 동안 갚기로 했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272%였다. 고리 정도가 아니라, 폭리였다. 이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고씨는 “몸이라도 팔아라”라고 강요했다. 이혼 여성인 이씨의 초등학생 딸을 들먹이기도 했다. 이씨는 그 뒤 고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 수술까지 받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5월30일 밝혔다.

금리라는 놈은 속물이다. 없는 자에게는 가혹하고, 있는 자에게는 비굴하다. 금융기관은 이른바 ‘VIP’들에게는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지만, 없는 사람들은 고객 명단에서 빼버린다. 저소득층은 고금리의 비은행권을 헤매거나, 고씨 같은 사채업자를 찾는다. ‘밑’으로 갈수록 이자율은 뛰어오른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집계하는 공식 통계만 봐도 대출금리의 분포는 들쭉날쭉하다. 불법 사채까지 포함하면 금리는 더욱 널을 뛸 것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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