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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 없는 친구가 있다

부글부글
등록 2012-05-15 19:25 수정 2020-05-03 04:26
만날 수 없는 친구가 있다.

지지난해 무덥던 여름 서울 홍익대 앞 국숫집 ‘두리반’은 단전·단수 상태였다. 주인장 유채림씨는 기자가 바로 앞 ‘편의점’에서 사온 음료수 봉지를 탁자 위에 놓으며 “박봉의 기자님이 음료수를 사오셨다”고 웃었다. 활동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명함을 줬더니 깜짝 놀란다. “박 기자님이 아니셨어요? ‘박봉애’ 기자님인 줄 알았어요.” 부끄럽게도 한겨레신문사 기자의 ‘박봉’은 왜 이리 유명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급차가 더 벌어졌다. 대기업 초봉 임금 평균은 3459만원, 중소기업은 2254만원. 1205만원 차이는 한 달에 100만원씩이나 된다. 2009년 이후 줄곧 벌어지기만 했단다. 초봉 이야기다. 초봉부터 벌어진 차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늘어난다. 이를 보도한 기사에 등장하는 중소기업 입사 3년차는 최근 대학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골똘해진 ‘박 기자’도 친구들을 생각한다. 참 오랫동안 친구를 만나지 못했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술은 네가 사.

만날 수 없는 언니가 있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리분희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에게 ‘우정의 반지’를 보냈다. 둘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결승전에서 중국팀을 상대로 싸워 이겼다. 우승이었다. 배두나(리분희)·하지원(현정화) 주연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가 이 사연을 그렸다. 현정화는 1991년 헤어질 때도 반지를 우정의 증표로 준다. 단일팀 훈련 기간에 선수들은 서로의 방을 드나들며 우정을 나눴다는데, 둘은 그러지 않았다. 둘은 톱이었고 자존심이 셌다. 하지만 리분희는 현정화에게만 남자친구 이야기를 해주었고, 현정화는 헤어질 때 우정의 증표로 반지를 건넸다.

2012년의 반지는 전달되지 못했다. 개봉에 맞춰 영화제작사에서 주선한 만남도 무산됐다. 통일부는 지난 2월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수리(승인)했다가 최근 거부했다. 영화에서 현정화는 리분희와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한다. “난 뭐라고 인사해야 돼? ‘연락할게’도 안 되고 ‘편지할게’도 안 되고….” 2007년 5월 시범 운행한 뒤 곧 이어질 것 같던 경의·동해선 철도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참 만나기 쉬운 ‘풀’이 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사진)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투표함에서 2장에서 6장이 서로 붙은 채 발견된 투표용지에 대해 “풀이 다시 살아나 붙는 경우가 있다”가 말했다.

‘박 기자’는 이 ‘풀’의 상업적 판로를 생각해본다. 금방 피우고 온 D담배의 패키지는 입구에 접착풀이 있다. 지난해 B회사는 이 담배 패키지를 리뉴얼하며 이 새로운 시스템을 ‘릴록(RELOC) 커버’라고 칭했다. 사막에서도 열대에서도 담배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담뱃재의 이탈을 방지한다. 이 ‘릴록’은 단순한 기능처럼 보이나 장치와 장비를 개발하는 데 무려 1천억원을 들였다. 그리고 세계 특허를 취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살아나는 풀에 대해 ‘특허감’이라며 기뻐했는데 맞는 말이다. 이 담뱃갑의 ‘풀’도 한두 개비 남을 때가 되면 담뱃재가 더덕더덕 붙게 되어 기능이 확 떨어진다. 공중에 오래 노출된 뒤에도 다시 붙은 이 ‘풀’ 기술은 이 세계적 담배회사의 좋은 사업 파트너로 기능할 것이다. 김선동 의원은 특허 출원자로서의 배경도 맞춤하다. “물리학을 전공(고려대 물리학과 3년 중퇴)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물리 현상에 대해 무지하지 않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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