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다.
금메달리스트께서는 아마도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니면, 상대방을 돌려차기로 제압했으니 이제는 종료 버저만 유유하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버티면 서울 여의도에 배지 달고 들어갈 줄 알았나 보다. 초조한 건 오히려 보수 정당·언론 세트였다.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된다면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따위에게는 이단옆차기를 몇 번이라도 날릴 기세다. 보수정당은 그렇게 ‘표백’이 필요한가 보다. 성추행범도 그렇게 당을 나갔다. 진실을 말하겠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아직 얼룩이 너무 많다. 부글부글, 새누리당의 대선 필승 전략을 얘기해주겠다. 이거 보수신문이 해야 하는데, 답답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천기를 누설하겠다. 새누리당, 승리를 위해서는 두 사람을 더 출당시켜야 한다. 먼저, 온 나라에서 ‘삽질’하느라 22조원을 날리신 분, 나가셔야겠다. 세계사적인 수준의 삽질에 견주면 논문 표절 따위는 차라리 경범죄다. 한 명 더. 독재자였던 아버지가 민간 업자의 팔을 비틀어 빼앗은 장물을 오래 품어온 분도 ‘새누리’에는 맞지 않다. 이분도 나가셔야겠다. 그러면, 새누리당, 이긴다.
이것도 아니다.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을 두고 여론이 부글대는 동안, 정부가 KTX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눈치 보이기는 했나 보다. 민영 KTX는 코레일보다 무조건 10% 이상 싸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9호선처럼 하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49%까지 지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민간에 운영권을 넘겨주되, 요금은 싸게 하겠다는 말이다. 게다가 선로 사용료까지 민간 운영업자한테 받겠다고 했다. 이야 멋지다, 꿩 먹고 알 먹고 둥지까지 털어 땔감으로 쓰겠다는 묘안이다, 라고 얘기해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대기업이 자선단체일까. 손해 보면서도 천사같이 고운 마음으로 철도를 굴릴까. 1999년 영국 런던 외곽 패딩턴 역에서 통근 열차 두 대가 충돌해 31명이 숨졌다. 영국은 1980년대부터 철도 민영화를 이끌었다. 민영업체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설에 투자하지 않았다. 희생된 것은 안전이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2001년 “철도의 사유화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과거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보수당도 사과했다. 정부의 머릿속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혹시 이걸까? 청와대도 대기업에 자릿세 받고 민영화?
이건 정말 아니었다.
이른바 ‘1진’이 많다는 학교의 명단이 4월19일 공개됐다. 전국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진이 있다’는 학생들의 답이 50%를 넘은 학교의 명단은 언론을 통해 주르륵 나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친절하게 초등학교 101곳을 포함한 학교들의 명단까지 금쪽같은 지면을 털어서 공개했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생각을 조금 더 했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낮다”며 명단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명단 발표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역시 명단을 내보내지 않았다. 그래도 정부는 확실히 경쟁이 좋나 보다. 학교들 사이의 ‘폭력 순위’도 앞장서서 만드는 것을 보니. 그런데 이상하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폭력에 민감한 정부가 자기 앞가림에는 둔감했다. 국무총리실에서는 ‘민간인 사찰’이라는 조직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폭력의 지시선은 청와대까지 닿아 있었다. 수수께끼다. 정작 민간인 사찰의 ‘1진’은 끈질기게 숨어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초딩’의 폭력에는 불필요하게 집요한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여기에는 무관심하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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