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SNS 전담팀이 생겼다. 하나는 미국에, 하나는 한국에. 오바마 SNS쟁이, 우리 각하 따라쟁이. 둘은 아주 ‘초큼’ 다르다. 한쪽은 SNS를 참모들에게 교육하고, 다른 한쪽은 참모들에게 SNS를 심의하라 한다. 한쪽은 특유의 매력을 뽐내며 표를 모으겠다 하고, 다른 한쪽은 특유의 꼰대스러움으로 치졸한 매를 들어 표를 몰아낸다. 그래서 오바마는 그런대로 매력남이고, 그리고 그분은 꽤…, 꼰대남이다.
자유무역을 좋아한다며 정작 오바마의 비교우위 SNS는 수입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우리나라 SNS 이용자 2430만 명은 매를 든 꼰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600만 명이 듣고 5만 명이 모인다는 팟캐스트 방송에 샘이 난 꼰대남, 나름의 매력에 자존감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너무 늦었을까. 그래서 남은 게 꼰대짓뿐일까.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이 끝나고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의 누리집이 장애를 겪은 사실이 알려졌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라고 했다. 그리고 의도된 공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발언은 SNS가 주 무대였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런 의혹 제기를 “괴담의 근원지”라고 칭했다. 누가 옳았나.
결국 한 달여 만에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27)씨가 디도스 공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자신과 관련 없다는 의미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황당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 쪽 홍보기획본부장이었다. SNS는 끓고 있다.
꼰대의 도발. “가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광화문 집회. 시위대를 향해 나서며 던진 종로서장의 한마디에 서장을 보호하던 사복 경찰은 움찔했다. 근무복을 입고 시위대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맞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경찰도 직장인이다. 그들도 밤근무는 초과수당을 받고, 늦으면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다치면 안 된다. 경찰도 사람이다. 시위대가 흥분하면, 무섭다. 그런데 서장은 그저 뚜벅뚜벅 걸어갔다. 둘러싼 시위대의 수가 점점 불어났다. 결국 5분여 만에 겨우 빠져나온 서장은 전치 3주라며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서장을 보호하겠다고 그 속에 들어간 그 사복 경찰은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다. 경찰은 도발하고, 준비한 듯 기자회견을 했다. 이틀 뒤, 경찰의 얼굴을 폭력 시위대의 것이라며 보수언론이 1면에 크게 보도했다. 민망했다. 누군가는 자작극이라고도 하지만, 설마. 확실한 건 바보짓이었다는 것이다.
웃기는 꼰대들. ‘품위’의 조선(TV조선). 대통령의 얼굴이 지직거린다. 입은 벌리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화면이 갈라지고 뒤집어진다. 방 회장이 등장한다. 마이크가 없다. 스태프가 달려온다. 사장은 “품위 있는 방송”이라고 말한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나라 걱정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이 1년에 100일 이상은…, 아니다” 등의 자막을 달고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등장한다.
‘공정’의 동아(채널A). 강호동이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하던 청소년 시절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와 국내 조직폭력배 두목의 혈연 모임에 참석한 영상을 “단독”이라며 보도한다. 23년 전의 일이다. 이 정도라면 아마 곧 <동아일보> 사주 일가가 일제시대에 부역한 모습이나, 독재정권 시절 자신들의 과거 보도는 “대특종”으로 보도할 것이다. 기대한다.
‘저항’의 중앙(JTBC). 신군부에 의해 통폐합되고 31년을 절치부심했다는 것까지는 진지했다. 그런데 스스로 “저항언론”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놀랐는지 광고 화면이 멈춘다. 우습다.
하어영 기자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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