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한겨레 박종식 기자
주(主), 어디?
문장의 주는 주어다. ‘임자말’이라고도 부른다. 주어는 문장을 책임지는 주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문장이 성립하려면 특별한 경우만 생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불이야”나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산다”는 말에는 관용적으로 쓰지 않는다. 명령문에도 쓰지 않을 수 있다. 건설현장을 오래 누비셨다는(그래서인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곧잘 하는) 청와대 그분도 주어를 쓰지 않는 언어 습관으로 유명하다. 물론 건설현장에서 명령문만 쓰이는 게 아니다. 긴 말보다는 빠른 삽질이 우선시돼야 하는 게 그곳이다. 앞뒤 문맥이나 상황으로 주어를 알 수 있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어법상으로도 틀리지 않은 그분의 언어 습관을 문제 삼는 건 치사한 일이다. 그분의 용례를 보자. “가장 도덕적인 정권”임을 앞세우며 “측근 비리”를 언급하지만 주어는 없다. 과거를 되짚자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말 속에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BBK를 설립했다”는 말 속에도 주어가 없다.
그분의 언어 습관은 전염된다. 박태규 로비와 관련해 실명으로 등장한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그의 이름을 언급한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0월4일이다. 논란이 일자 이 특보는 “저를 지칭하는 주어가 생략돼 오해가 생겼다”고 항변했다. 문맥상 그 문장의 주어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알고 있지만, 이 특보는 그렇게 말하면 끝이다. 이 특보는 이미 주어 생략의 비법을 전수받은 그분의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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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酒), 오다.
예사로운 주가 아니다. 특급 소믈리에들도 그 풍미를 인정한다는 맥주 카×와 소주 참이×(레드라벨)이 2:8로 엮인 폭탄, 그것도 10개가 한 사람에게 장착됐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대변인 신지호 의원이 그렇게 폭탄(주) 무장하고 찾은 곳은 문화방송 ‘D-20일, 서울의 선택은’이었다. 이날 신 의원의 발언에는 폭탄의 위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대편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쪽의 송호창 변호사가 양화대교 교각 확장공사를 두고 “도대체 이게 다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지니, 신 의원은 “그럼 다리가 아니고 팔입니까”라는 센스를 발휘했다(“팔”이라고 했는지 “파리”라고 했는지는 여전히 분분하다). 그는 나 후보를 “온실 속의 꽃”이라고 하는 등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시청자가 먼저 알아봤다. 생방송 중 게시판에는 음주 도핑테스트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신 의원은 호기롭게 나섰다. “만약 내가 방송 중에 잘못된 행동을 했고, 원인이 음주였다면 문제일 것”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비열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 출연 전에 찬물로 샤워했다”고 주장했다. 을 다시 본다. 문득 궁금해진다. 찬물로 샤워한 건 누구인가. 신 의원 말에도 주어는 없다.
주여….
지난 10월5일에는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ㄹ이병이 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노트북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10월6일 경기 동두천에서는 TV를 보던 한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 제2사단 소속 ㅋ이병이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그들 모두 음주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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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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