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빚어낸 소중한 도구 요즘 운동에 빠져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물었다. “소중한 도구가 뭐야?” “음, 망치?” “아니, 직접 사용하는 것 중에서 말이야.” “나는 케틀벨(중량기구)이야. 그게 지금 내 힘 기르기에 최고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손짓을 하며) 땅을 다지는 도구 같은 느낌?...2011-10-14 18:10
세상을 둘로 쪼개는 수사학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 After) 사진. 다이어트나 성형수술 뒤 외모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비교 사진을 뜻한다. 이젠 이런 방식의 사진 배치가 생일 때 먹는 미역국 식단처럼 익숙해졌다. 서울 거리는 ‘비포 앤드 애프터’의 세계다. 인터넷 메인...2011-09-08 17:47
가정의 평화를 포장하는 디자인 가구 갑자기 를 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타다닥 글을 쓸 때 느껴지는 리듬감처럼 무엇인가 두드리고 싶다면 만큼 좋은 기구는 없다. 부엌의 그릇을 두드릴 수도 있고, 목욕탕 대야를 뒤집어놓고 두드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뾰족하게 한 다음 를 탕탕탕 움직이면 기분이 깨...2011-08-25 18:39
북으로 날아간 비둘기 풍선비행기에서 쓰는 ‘너의 의미’. 지금은 승객을 잠재우는 시간,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덜커덩 소리가 나는데 승무원들은 아무런 표정이 없다. 맨 뒷자석에 앉은 나는 이 비행기가 수직·수평의 댄스를 멈추고 무사히 착륙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 마이 갓. 재난영화를...2011-08-12 16:59
회화적 지도의 우스꽝스런 매력텔레비전에 소개된 ‘구석기 식단’을 보면서 든 생각. 구석기 지도라는 게 있다면 어떨까. 그들이 걸었던 보폭과 방향을 불가능한대로 상상해본다. 저만치 걸어가면 사냥할 대상들이 춤추듯 뛰어다니고, 저 멀리 열매를 찾아 내달릴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근육과 뇌를 갖고 구석기...2011-07-29 16:16
화려한 과거여 안녕아이스크림은 신기루였다. 가지고 놀다가 입안에서 사라지는 장난감이었다. 1983년 출시된 미니어처 상어 모양의 ‘죠스바’가 아니었다면 상어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내 뇌 속에 남아 있진 않을 거다. 자두색 ‘스크류바’가 없었다면, 툭 잘라먹는 ‘쌍쌍바’가 없었다면 취향...2011-07-15 18:46
우리 안에 갇힌 야생의 위용주먹이 운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약한 자와 강한 자를 부리나케 잘 구분한다. 일등과 꼴찌를 알아보고 약한 자에게 강하게, 강한 자에겐 약하게 군다. 약함과 강함의 차별을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저항을 꿈꾼다. 그러다 때로 ‘위장’의...2011-07-01 15:50
과일가게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과일이 거리로 나오는 계절이다. 신호등을 기다리거나 차창 밖을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과일 행상이 부쩍 늘었다. 더위가 한껏 매서워지면 이제 국도와 고속도로에도 과일가게가 나타날 것이다. 폭포가 내리치는 바위 위에 앉거나 묵언 수행하는 것 외에도 내가 모르는 정신수...2011-06-17 12:09
족발집의 두 얼굴, 독특한 이종교배 너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니. 머리가 문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볼 때 생각한다. ‘바보’라는 말은 싫고 ‘얼간이’ 정도로 해두자. 머리는 이데올로기다. 왕은 먼 옛날부터 금색 왕관을 쓰고 세상에 등장했고, 지난 4월 영국 왕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유명 인사들은...2011-06-03 14:56
삼색 신호등 기차 옆자리에 앉은 까만 피부의 할머니가 묻는다. “나 광명에서 내리는데 우리 딸이 13호차 문 앞으로 나와 있기로 했어. 나 어디로 나가면 되지?” 할머니는 객실 앞문과 뒷문 중에서 어디로 나가 있으면 될지 꼭~ 문 하나를 알려달라고 하신다. ‘아, 모르겠다.’ 사...2011-05-19 16:08
공원 운동기구는 생동한다‘만물은 생동한다’고 누가 말했지? 그 말 참 옳다. 요즘 자주 바라보는 인왕산은 늘 다른 각도의 빛을 받으며 바위의 결을 바꾼다. 선거 개표를 알려주는 뉴스 화면의 그래프도, 시장 물가도, 사람 마음도 끊임없이 오락가락 변하는 걸 보면 만물은 ‘변화무쌍’하다고 말할 ...2011-05-05 15:48
전자무덤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가치에 반응하는 디자인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질문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2010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분야에서 수상한 ‘전자 무덤’(e-Tomb)은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보는가에 힌트를 던진다. 중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2011-04-22 16:16
표현의 불가능성과 싸우다 환경미화원(청소노동자)으로 일하며 혼자 살던 말없는 한 남자가 죽었다. 그의 이름은 헨리 다거(Henry Darger). 누군가 그의 구석진 방에 들어가보니 파노라마처럼 가로로 길게 그려진 그림이 가득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꿈을 복구해내듯이, 소년· 소녀...2011-04-08 14:57
시간의 불가항력‘세상에 이럴 수가’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 종이꽃을 만드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상대적으로 별말씀 없이도 꽃으로 이룬 자신만의 웅대한 별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카메라가 따라간 할머니의 집 곳곳에는 할머니가 손수 만든 수천 개의 꽃...2011-03-25 14:09
자신에게 현혹된 이미지스스로를 ‘돼지’이자 ‘얼간이’라고 불렀던 화가 달리의 독특한 풍채를 연상케 하는 한 남자가 등장했다. 리비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에 나올 것 같은 독특한 모자에 범상치 않은 의상으로 학살극을 펼친다. 스스로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한 이글거리는 눈...2011-03-09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