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기 전에 다시 올게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가? 언제부터 서울에 아파트가 이토록 많았을까, 하고. 도대체가 이 도시는 아파트를 짓는 것,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 아파트를 사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자 미덕인 것만 같다. 우뚝 솟은 거대한 아파트단지를 볼 때면 징그럽다. 전혀 안 예쁘고 ...2010-09-01 17:12
내게 자랑질을 해봐 대한민국의 20대답게 ‘싸이질’을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그날 갔던 장소, 음식, 만난 친구들, 산 물건들, 내 모습 따위를 부지런히 찍어 미니홈피에 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 때려치웠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2010-08-17 17:54
나도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그날은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DVD를 틀었다(꽤나 졸린 영화니까). 그리고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영화가 끝났을 때, 꽤 많이 마셨음에도 잠은 오지 않았고, 뜬금없이 ‘아, 나도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2010-08-03 21:18
클럽 파티 같은 벼룩시장 가만히 있어도 땀나는 어느 저녁. 연상의 친구 L양을 꼬드겼다. “언니, 재밌는 데 안 갈래요? 강남 쪽 클럽에서 밤에만 열리는 특이한 벼룩시장인데, 클럽문화 전문 잡지에서 주최하는 거야. 어때?” 그녀는 물었다. “너 가봤어?” “아아니. 사실 나도 케이블 방송 보...2010-07-21 15:55
내 맛을 보여주마 자취를 하게 된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다. 가스요금 내는 것을 자꾸 잊어 급기야 ‘당장 미납금을 내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테다’라는 최후통첩이 날아온 일만 빼면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 귀찮은 일이 꽤 많지만 어쨌거나 처음 맛보는 자유였다. 무엇보다 좋은...2010-07-07 14:18
곧 괜찮아질 거야, 당신도 나도“몇 달 전 저를 찼던 사람이 어제 새벽 2시에 전화를 했네요. 너무 놀라서 받지는 않았는데 이 남자 갑자기 무슨 심리로 이러는 걸까요? (헤어졌던 사연 중략) 기분이 좀 이상해요. 아까 미니홈피 들어가봤는데 다이어리에 ‘보고 싶다’라고 적혀 있고 배경음악도 실연 노래...2010-06-23 17:24
참 잘 헤어지셨어요, 토닥토닥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어.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먼저 차였다. 갑자기 달랑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그나마 단문메시지(SMS)보다 10원 비싼 장문메시지(LMS)라는 것이 황송할 지경이었다. 최측근의 반응은 대략 이러했다. 1. 잘 헤...2010-06-09 21:17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아름답다 “가장 싫어하는 장소가 어디야?”라고 누가 물어온다면, 나는 냉큼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말 저녁의 영화관.” 자리를 찾기 위해 낯선 무릎들의 숲을 비집으며 “죄송합니다” 하고 굽실대야 하지 않나, 서로 조몰락거리고 싶어 안달난 연인들의 손(입)놀림을 애써 모른 ...2010-05-26 17:57
먹다 흘린 아이스크림 같은 시장그 핸드백은 허접스러운 짝퉁 가방들 틈에 낀 채 좌판 위에서 누군가를 의젓하게 기다리고 있다. 나는 덥석 그를 끄집어내서 신혼집을 구하러 온 예비 새댁만큼이나 신중하게 구석구석 살펴본다. 약간의 흠집이 있지만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조잡한 장식 없이 깔끔한 디자인에 ...2010-05-05 20:38
“거기 뭐하는 데예요? 여자 많아요?” 지난번에 소개한 것처럼 동네 친구를 구한다고 일을 벌여놓고도 솔직히 연락이 얼마나 올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고교 선배 K와 취중에 서울 이문동과 석관동 일대를 쏘다니며 몰래 전단지를 붙였다. 첫 전단지를 붙이려던 순간, 아무도 뭐라고 하...2010-04-23 14:15
친구야, 지금 당장 만나!자취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혼자 술 마실 때가 종종 있다. 왜, 그런 밤 있지 않은가, 다음날 오전에 스케줄이 있든 말든 좀 취하고 싶은. 그날도 그랬다. 밤 12시가 넘었는데 갑자기 ‘맥주 충동’이 찾아왔다. ‘추리닝’ 바람으로 슈퍼에 달려가 스낵 한 봉지와 500c...2010-04-09 19:13
건강한 사람의 특권 부끄럽지만 나는, 돈과 시간을 들여 불특정 다수의 남을 돕는 ‘착한 일’을 그다지 안 했(한)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려고 방송사의 자동응답전화(ARS) 번호를 누르거나, 아프리카 어린이 1 대 1 후원을 하려고 기꺼이 유니세프에 가입한다든가, 사랑의 연탄 나르기 ...2010-03-24 14:10
별 보며 구워먹는 고기의 맛이란이제 봄이다. 추울 때면 나무늘보보다 게을러지는 천성 탓에 그간 베란다에 방치해둔 쓰레기를 입춘 맞은 기념으로 모처럼 내다놓았다. 터지기 직전까지 꽉 채운 5ℓ짜리 쓰레기봉투 5개를 전봇대 밑에 예쁘게 기대놓으며 생각했다. ‘아, 이제는 입김도 안 나올 만큼 따뜻해졌네...2010-03-12 10:47
이 훌륭한 성인용 종합위락시설이여 청춘남녀들이 나이트클럽에 가는 이유는 역시 다양한 이성을 접할 수 있는 ‘부킹’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이트에서는 아무도 ‘춤과 음악을 즐기러 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이트에 온 사람이면 누구나 오늘의 부킹에서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매력적인 이성을 ...2010-02-25 11:30
나이트에서 ‘홈런’에 목매시던 그분 한참 전에 쌓인 눈이 녹지도 못할 만큼 추웠던 날. 친구 A양과 나는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겨울이 싫다, 심심해 죽겠다, 투덜거리던 중 A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얘기를 꺼냈다. “내일 금요일인데 놀자.”이 말은 쇼핑 가자는 뜻도, 맛집에 가자는 뜻도...2010-02-03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