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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를 남편이랑 같이 보려고 하는데요, 괜찮을까요?
=아뇨. 류승룡씨 보다가 남편 보면 찌질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그럼 남친이랑 봐야겠다.
승룡! 이런 반응 예상했지? 오, 전혀 하지 못했다고? 물론. 세상에는 두 부류의 남자가 있지. 예상하는 남자와 예상하지 못한 척하는 남자. 예상하는 남자는 진정한 카사노바라고 할 수 없어. 예를 들어 여자를 데리고 모텔로 들어가는 남자… 이건 옳지 않아. 왜? 모텔로 향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다음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앙드레 지드가 이야기했다던가? “어떤 기쁨도 미리 준비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키스하기 전에 마늘 냄새를 없애려고 이를 닦는다든가 이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야. 그 순간 여자가 키스의 기쁨을 준비하게 되거든. 당근 “해도 되나요?” 이따위 질문은 필요 없지.
내가 상상하는 최고의 섹스신 중 하나는 이런 것이야. 집에 돌아와보니 그녀는 싱크대 앞에 서서 마늘을 까고 있어. 나는 그녀 뒤에 다가가 가볍게 목에 키스를 하지. 그녀는 부엌칼과 마늘을 그대로 쥔 채 살짝 눈을 감지. 다음 순간 나는 무작정 사랑을 시작해. 그녀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며. “마늘 계속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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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룡! 자네의 연기는 정말… 물이 올랐더군. 아차, 물을 두려워한다고 했지? 이런 이런, 물을 두려워해서야 쓰나. 카사노바의 3대 요소, 여자와 사랑과 와인은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여자를 잘 건드리면 물 흐르듯 사는 거고, 잘못 건드리면 물먹는 거거든. 사실, 에서 보여준 청나라 장수 쥬신타 역을 접하고 나는 전율했다네. 내가 해도 그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거든. 최고였단 얘기지. 푸하하하! 뭐 이런 구라쯤은 카사노바에게 기본 아니겠나?
승룡은 참으로 변신의 폭이 다양해. 하긴 에서 자네가 맡았던 ‘성기’(!) 역을 누가 또 하겠나. 핑거발레의 정수를 보여준 암소 수탈 장면이나 난타를 능가하는 칼부림 장면, 정인(임수정)을 유혹하는 동선 등은 놀라웠다네. 가히 ‘성기’는 21세기 옴므파탈이자 진실된 사랑을 간직한 순수의 상징이었어.
그런데… 왜 그런 거야? 왜 킬러의 본분을 잊고 목표물을 좋아하게 되었느냐고? 아마추어같이. 하긴 자네는 사랑의 전문가니까 잘 알겠지. 사랑은 천하의 카사노바도 순정남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또 사랑은 숙맥조차도 카사노바로 변신시킨다는 것을. 다만 우리 같은 남자들은 되도록 숙맥이나 순정남으로 변하지 말고 카사노바로 남기를 바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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