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다시 100일 결사투쟁에 돌입한다. 아이들에겐 ‘재능스스로학습’의 선생님들이다. 사회 각계의 1천 명 선언을 제안하니 함께해달라고 한다. 외로운 섬처럼 거리에 천막 하나를 치고 살아온 지 1400일이 된 사람들.
“전날 영업 결과를 매일 통보해야 하고, 날마다 통보된 개인의 업무를 확인한다. 실적에 따라 파트장 면담, 지점장 면담, 문책성 교육 등 처분을 받고, 업무 처리에 따라 구두 경고, 문서 경고, 내용증명 등 징계를 받는다. 오전·오후에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매일 직무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월요일은 지점 조례, 파트 미팅이 있다. 일주일 근무 형태에 관해 정해진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점심시간과 마감시간은 물론 매월 말일 저녁 식사 뒤 업무까지 정해져 있고, 복장에 관해 통제받는다.”
아무런 권리도 없는 ‘유령인간’들
수업을 하면서도 재능교육 선생님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교육시간에 수십∼수백 번을 연습한 ‘입회 유도 RP(Roll Playing) 원고’대로…. “기본연산은 되는데 응용 문제에서…, 문장 이해력이 병행돼야…, 상호 보완으로…, 국어도 하셔야죠? 어머님!”
이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의 사법부는 2005년 무슨 까닭인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판결을 내렸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규직이던 학습지 교사의 신분이 특수고용직으로 바뀌게 되자 이들 모두 아무런 권리도 없는 ‘유령인간’이 돼버렸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하나 받을 수 없다.
회사 쪽은 철저히 법제도적 한계를 이용해 재능교육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탄압해왔다. 탄압 양상은 여느 사업장을 뛰어넘는다. 2007∼2010년만 해도 그간 용역깡패들에게 빼앗기고 부서진 천막이 14개라고 한다. 수시로 용역깡패들이 집 주변까지 오가며 협박을 일삼았다. 손해배상·가압류만 20억여원이다. 조합원들의 청약저축통장과 급여통장은 모두 가압류당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오수영씨 집에는 살림살이에 압류 딱지가 붙었다. 유득규씨는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겨놓은 아파트를 경매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섯 가족이 사는 집이다. 유명자씨는 올해 초 단식을 하다 위험한 지경까지 가기도 했다는 소식에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과정에서 초기 수천 명에 달하던 조합원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며 떠나가야 했다.
자, 이런 선생님들을 통해 받는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은 이런 ‘교육’과 ‘학습’을 팔아 한국의 100대 재벌에 들어가 있다. 4대 학습지 회사의 회장들이 모두 사이좋게 들어가 있다.
그래서 처음 ‘희망의 버스’를 기획할 때부터 우리의 출발지는 한결같이 서울시청 광장 옆에 위치한 재능교육 빌딩 앞이었다. 1200여 일 동안 농성 중인 재능교육 텐트 앞에서 출발해 당시 150여 일째를 맞던 김진숙의 정리해고 철회 고공농성장까지 가는 이 희망의 버스는 ‘깔깔깔’이라는 유쾌한 형태를 띠었지만, 그 속은 분노로 가득 찬 ‘저항의 버스’였다.
다시 150여 일이라는 야만의 시간이 흘렀지만, 어느 한 곳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재능교육 투쟁은 1400일이 되었고, 김진숙의 고공농성은 딱 두 배가 되어 300일이 되었다.
재능교육 농성장을 찾는 발걸음
뭐라 할 말이 없다. 이 야만의 시간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이것이 재능교육 특수고용직들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만의 일인가. 이 사회에는 평범한 이들과 다른 특수한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너무나 많은 권리를 가진 소수와, 너무나 많은 권리를 빼앗기고 살아가는 대다수다. 간단한 이 구성을 유지하고 가리기 위해 수많은 복잡한 말들이 필요하다. 가끔은 그 말들이 싫다. 1400일을 넘는 재능교육 농성장을 찾아가는 발걸음 하나가 오히려 진실할 수 있다는 생각 하나 놓는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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