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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 정도까지 하리라 예상 못해… 브레이크 없는 ‘폭주 열차’”

미국 전문가 이혜정 교수 “내부에도 견제세력 부재… 한반도 정세엔 제한적 영향만”
등록 2026-01-09 15:43 수정 2026-01-14 07:20
2026년 1월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는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진수 선임기자

2026년 1월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는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진수 선임기자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감금했다. 한밤에 이뤄진 전격적인 군사작전 과정에서 미국 국내법도, 유엔 헌장을 필두로 한 국제법도 철저히 무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루지 못한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란 ‘꿈’을 이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만들어낸 패권 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일방적 자국 우선주의로 질주하는 ‘불량제국’을 누가 막을 것인가? 학계의 대표적 미국 전문가인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 내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을 세력이 없다”고 짚었다. 인터뷰는 2026년 1월7일 낮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했다.

미국, 이 정도까지 할지 나도 예상 못해

―미국의 기습 군사작전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른바 ‘미국 전문가’로서 개인적인 반성을 먼저 했다.(웃음) 2025년 9월 초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연안에서 이른바 ‘마약 운반 의심 선박’ 공격을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침공 작전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정말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건국 이후 세 차례 큰 변화를 거쳤다. 건국 초기엔 ‘백인 정착민 식민주의’에 기반해 북미 대륙 차원의 연방국가를 세우는 데 몰두했다. 이후 미국-스페인 전쟁(1898년)을 통해 카리브해 연안과 필리핀 등을 기반으로 제국으로 나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지구적 차원의 초강대국 또는 패권국으로 떠올랐다.

패권국은 제도와 문화, 이념을 통해 패권을 행사한다. 반면 제국은 강제력으로 자기 영향권을 지킨다. 패권이 약화하면 제국의 모습이 강화된다. 패권을 잃은 미국은 제국처럼 강제력을 동원하면서도, 자기 영향권 밖까지 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불량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원했다.

“그렇다. 하지만 1기 때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원로들이) 행정부 내부에서 이를 제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싶어 했지만, 국방부가 작전계획 등 구체적인 방안을 보고하지 않았던 게 대표적이다.

집권 2기에는 행정부 구성이 ‘충성파’ 일색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장이고 우리는 필요한 재료를 다듬는 보조일 뿐’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과정에서 ‘테러와의 전쟁’ 때처럼 국내법의 국제법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미국은 지속적인 ‘악행’과 ‘무능’을 일방적 군사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악행은 처벌하고 무능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납치·체포 작전과 관련해 처음부터 국내법도 국제법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린란드 합병 문제로 유럽 분위기 달라져

―이번 사태를 두고 유럽의 반응이 오락가락하는데.

“유럽은 현실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노여움을 살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걸려 있다. 유럽이 미국 없이 러시아와 맞설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 고율 관세 문제에 이어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까지 받아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나마 전통적으로 유럽 안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한 프랑스와 중남미권 주민이 몰린 스페인 정도가 미국을 비판했다.

그런데 그린란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럽이 논란의 당사자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강제로 그린란드를 합병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체제는 무너지고 만다. 나토의 대전제는 외부의 적이 공격하면 회원국 모두가 공동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의 적’이 공격한다면 그 대전제도 깨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도 생각보다 조용한 것 같다.

“이미 의회의 견제와 균형 능력이 무너졌다. 다수당이 아닌 민주당은 청문회도 단독으로 소집하지 못한다.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자기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 출마를 포기한 극소수만 비판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처지다.

여론 역시 진영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공화당 지지층에선 베네수엘라 타격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비판한다. 심각한 분열상 속에 미국 사회가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행동을 제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콜롬비아·쿠바·멕시코 등 이웃 나라까지 위협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속담에 ‘닭의 목을 쳐 원숭이에게 경고를 보낸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 베네수엘라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단 한 대 때린 뒤 어르고 달래는 방식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계속 ‘2차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 또 노골적으로 원유 자원을 탐하고 있다.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웃음)”

―이번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끼칠까.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북한은 베네수엘라가 아니고, 한반도는 카리브해 연안이 아니다. 이른바 ‘참수 작전’이 가능했다면, 북핵 위기가 촉발된 1994년에 했을 것이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이번 사태를 새로운 직접적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전술적 측면에서 작전 수행 과정이나 군사력 투사 방식 등은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북-미 대화의 성사 여부에 큰 변수가 되진 않으리라 본다.”

주진 않고 가지려고만… 라이벌 부상도 불용

―향후 국제질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패권국은 국익을 확장적으로 정의한다. 자국의 국익을 실현·보호하는 데 필요한 국제질서를 스스로 수립하고, 세력 균형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패권국이 리더십(지도력)을 발휘하는 게 핵심이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피와 재물’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겠다고 한다. 부담은 동맹국에 떠넘기고, 자국은 추가로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윽박지른 게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아예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나 세력의 부상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얻을 건 최대한 얻고 부담은 일절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패권은 일정하게 축소됐지만, 패권국의 논리는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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