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4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도심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친정부 민병대(콜렉티보스) 대원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권력이양이 될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정을 운영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1월3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한밤의 기습 군사작전 끝에 납치해 미국으로 끌고 온 직후다. 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걸까?
2023년 10월 베네수엘라 야권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치렀다. 야권 쪽은 국내외 거주 유권자 약 240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등록 유권자(약 2070만 명)의 11.8%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선에서 90% 넘는 득표율로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건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마차도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그가 미국 쪽에 베네수엘라 제재를 되풀이해 촉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대체 후보를 찾아나섰다. 결국 마차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직업 외교관 출신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후보로 나섰다. 2024년 7월 치른 대선은 불법선거 논란에 휘말렸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을 당선자로 발표했지만,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아닌 곤살레스를 당선자로 인정했다. 미국의 관점에서 ‘마약 테러범’이자 부정선거로 집권한 ‘독재자’를 무력으로 축출했다. 다음 수순은 야권에 정권을 넘기는 것일 텐데,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지지도,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 1월3일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곤살레스와 마차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특히 마차도에 대해선 “사람은 좋은데, 지도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안은 뭘까? 미국의 선택은 기이하게도 마두로 대통령의 유고로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금 전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긴 대화를 나눴고,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미국)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꽤 괜찮은 사람인 거 같고, 사실 그에겐 다른 선택지도 없다.”
학생운동가 출신 노동법 전문 변호사 겸 교수였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2002년 4월 정치권에 입문했다. 당시 재계와 군부 일부가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그가 반대 시위에 적극 가담한 게 계기였다. 당시 권좌에서 축출됐던 차베스 대통령은 대대적인 반군부 시위 속에 사흘 만에 복귀했다. 2013년 3월 차베스 대통령이 암 투병 중 사망한 뒤 치러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정치적 날개를 달았다. 그는 공보부(2013년)·외교부(2014년)·재정경제부(2020년)·석유부(2024년) 장관 등을 두루 거쳤고, 2018년부터 부통령직을 겸하고 있다.
그의 4살 터울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는 현직 국회의장이다. 그는 차베스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부친은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1970년대 사회주의 정당 운동을 주도한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다. 그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7살 때 수감 도중 고문사했다. 그의 ‘정치적 뿌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2026년 1월5일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임시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1월3일 임시대통령 취임 직후 방송 연설에서 미국을 ‘불법 침략자’로, 마두로 대통령 체포·납치를 ‘야만’으로 규정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에너지와 광물 등 천연자원을 수탈하는 게 미국의 진정한 목적이란 점을 국제사회는 알아야 한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네수엘라가 다시 누군가의 식민지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그 권한을 대행하고, 30일 안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마두로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영구적 유고’로 볼 수 있느냐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도 선거를 서두를 생각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3일 회견에서 선거 시점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1월5일 복수의 고위 당국자 말을 따 “중앙정보국(CIA)이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정국에 대한 비밀 보고서를 작성해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보고서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 뒤 초기 혼란을 수습하고 치안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함께 정권 유력인사 2명을 지목했다. 경찰을 지휘하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과 군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이다. 반면 곤살레스와 마차도에 대해선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친마두로 진영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 직후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지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마두로 대통령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4일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겨냥해 ‘2차 타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임시대통령 취임 뒤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유화책’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동등한 주권과 내정 불간섭에 기반해 상호 존중하는 균형 잡힌 관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공통의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대화에 미국 정부를 초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국민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대화를 원한다. 그게 바로 마두로 대통령이 바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뒤에도 베네수엘라 군경은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를 지키고 있다. 친정부 민병대(콜렉티보스)는 도심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반정부 쿠데타 조짐도, 야권의 대규모 시위도 없다. 대규모 지상군 병력 투입 말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국을 장악할 방법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6일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최대 5천만 배럴(약 28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가로 매각해 얻은 자금을 양국 국민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 정유기업 경영자 회의(1월9일)도 소집을 통보했다. 원유를 내주면 평화가 올까? 미국은 카리브해에 집중시킨 무기와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대법, 국힘 장예찬 ‘여론조사 왜곡’ 유죄 취지 파기환송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입당 신청…“당원자격 심사 중”

전한길, 윤석열 사형 구형에 “무죄 선고 안 나면 국민저항권”
![활짝 웃던 윤석열, 사형 구형되자 도리도리 [영상] 활짝 웃던 윤석열, 사형 구형되자 도리도리 [영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3120950042_20260113503306.jpg)
활짝 웃던 윤석열, 사형 구형되자 도리도리 [영상]
![책상 쿵! 쿵!…윤석열 “바보가 쿠데타를 어떻게 해!” 즉흥궤변.ZIP [영상] 책상 쿵! 쿵!…윤석열 “바보가 쿠데타를 어떻게 해!” 즉흥궤변.ZIP [영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5/53_17684477572552_20260115501843.jpg)
책상 쿵! 쿵!…윤석열 “바보가 쿠데타를 어떻게 해!” 즉흥궤변.ZIP [영상]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행사에서 축사” 목격자 진술…본격 수사 착수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행사에서 축사” 목격자 진술…본격 수사 착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4/53_17683910309043_20260114503895.jpg)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행사에서 축사” 목격자 진술…본격 수사 착수

‘무표정’ 전두환만도 못한 ‘스마일’ 윤석열…“날 죽일 수 있어? 허세”

법원, 내일 윤석열 ‘체포 방해’ 선고 생중계 허가

“애정 없지만 불안도 싫어”…‘이란 공격’ 벼르는 미국, 말리는 사우디

30년 전만도 못한 국힘…전두환 사형 구형, 그땐 마지막 품위라도 있었다















![[단독] ‘탈팡’ 확산 현실로…쿠팡 카드 매출액 매일 56억원씩 증발 [단독] ‘탈팡’ 확산 현실로…쿠팡 카드 매출액 매일 56억원씩 증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14/2026011450389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