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대외정책 기조의 핵심은 “돈 안 되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2024년 2월1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 대외정책 기조의 핵심 역시 ‘돈’이 될 것을 예고했다.
“언젠가 ‘아주 큰 나라 대통령’과 대화했다. 그 대통령이 내게 ‘우리가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가 공격해오면, 미국은 우리를 보호할 것이냐’고 묻더라. ‘왜 돈을 안 내? 당신 체납자야? 그럼 러시아가 공격해도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겠다. 솔직히 당신들한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러시아를 부추기고 싶다. 당연히 돈을 내야지.’ 그 대통령한테 이렇게 답해줬다.”
어제오늘의 주장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툭하면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자기 나라 국방비는 아끼고 미국의 보호에만 의존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나토 조약 제5조가 규정한 ‘집단방위체제’(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에 ‘등급제’를 도입할 뜻도 내비쳤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채우지 않은 동맹국은 유사시 방어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경고음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한 반대 속에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을 머뭇거리자, 2월15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 “우크라이나군 전투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 사례다.
아직 선거 초반인 탓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주장은 내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잘 안다. 아주 영리하고 날카롭다”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리한 정도가 아니라 실로 엄청난 인물”이라는 말도 유세 때마다 던진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도 있다. 그는 “재집권하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기존보다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 ‘2차전’을 예고한 셈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재탈퇴도 다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부터 공들여 2022년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선 ‘도착 즉시 사망’이라고 했다.
미-중 관계의 핵심 쟁점인 대만 문제는 어떤가? “중국이 침공하면 대만을 보호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1기 때 보인 태도만 놓고 보면 대만이 불안을 느낄 법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였던 2016년 12월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1979년 1월 미-중 수교 이후 미국-대만 간 정상급 통화가 공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중국 쪽은 즉각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이 총통이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전화를 걸어와 통화했을 뿐”이라며 “미국이 해마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군사장비를 팔고 있는데, 축하 전화도 허락받고 주고받아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후 4년 임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갈등이 격해질 때마다 ‘대만 카드’를 휘둘렀지만, 정작 대만과 실질적 관계 강화는 추진하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미-중 수교협상에 따라 대만과 모든 당국 간 공식 접촉을 금지했던 제한을 전면 해제한다. 더는 베이징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발표하기는 했다. 발표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을 불과 11일 앞둔 2021년 1월9일, 후임 정부를 겨냥한 일종의 ‘알박기’였다.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이 1기 때보다 ‘악성’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험에서 나온 ‘확신’과 ‘복수 심리’가 더욱 극단적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월1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첫 집권 때보다 훨씬 불안정한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이 장기간 주도해온 다국적 군사·경제 체제에서 철수하려 들 것이며, 1기 때보다 훨씬 충성스러워진 보좌진이 그의 지시를 이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 고립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직접 비용을 감수하면서 세계 질서를 지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는 2월1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 유세에서 “미국한테 이런 짓을 한 게 대체 누군가? 어느 바보들이 미국을 이렇게 망가뜨렸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2기의 고립주의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1기가 추구한 ‘고립주의’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힘을 떨어뜨렸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중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에 맞서 중국은 미국이 만든 전후 질서의 두 기둥인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관리 모드’로 전환해놓은 미-중 전략경쟁이 다시 불을 뿜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세계 경제의 바다는 고립된 작은 호수로 되돌릴 수 없다. 경제 세계화란 대세는 뒤집을 수 없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월17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든 디리스킹(위험회피·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경계하는 표현)을 명목으로 탈중국화를 시도한다면 역사적 잘못을 저지르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 특히 트럼프 집권 2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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