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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경보 메시지도 사이렌도 대피명령도 없었다

등록 2023-08-19 06:13 수정 2023-08-20 11:42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 뒤인 2023년 8월15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북서부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타버린 건물과 차량 잔해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 뒤인 2023년 8월15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북서부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타버린 건물과 차량 잔해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라하이나’. 하와이어로 ‘무자비한 태양’이란 뜻이다. 기온은 뜨겁고 날씨는 건조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때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북서쪽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했다.

2023년 8월8일 오후(현지시각) 라하이나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순식간에 짙어졌다. 800㎞ 남짓 떨어진 해상에선 허리케인 ‘도라’가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시속 130㎞ 넘는 강풍을 타고 불씨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8월15일 공개한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차량으로 대피 중이던 주민들은 사위를 휘감은 불꽃을 피해 화급히 차를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산불 발생 당일 라하이나에선 재난경보 메시지도, 사이렌도, 대피명령도 없었다. 8월16일 현재까지 적어도 106명이 목숨을 잃었다. 100년 만의 대재앙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라하이나의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피해 지역의 30%가량에 대한 수색 작업만 마친 상태다. 1만3천 명 남짓한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18살 이하, 열 명 중 한 명은 71살 이상이다. 화재 발생 직후 실종신고 건수가 1천 명을 넘은 터다. 사망자가 늘어나리라는 우려 속에 이동식 주검안치소가 설치되고 검시관이 현지로 급파됐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8월14일 ‘산불 발생의 3대 요소’로 △연료 △건조함 △발화 원인을 꼽았다. 이 매체는 “관광산업 발달과 함께 사탕수수·파인애플 농장 등이 방치되면서 광활한 초지가 만들어졌다. 기후변화로 하와이 전역에서 가뭄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발화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지만, 강풍으로 쓰러진 전봇대 등에서 스파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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