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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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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고통스러운 역사의 마지막 세대

[미얀마와 연대합니다] 미얀마 민중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등록 2021-05-13 00:39 수정 2021-05-19 17:43
최진배 <미얀마 투데이> 대표

최진배 <미얀마 투데이> 대표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살았습니다. 당시 만달레이 출신의 아내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고, 지금은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조국 미얀마는 군인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으며 지난한 현대사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순박하고 강인한 미얀마 민중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며 건실한 미래를 꿈꾸고 그렸습니다. 그 모든 희망은 2021년 2월1일 군부 쿠데타로 반나절 만에 깨져버렸습니다. 쿠데타 이후 석 달 동안 미얀마 전역에서 최소 760여 명이 군경에 살해됐고 3500명 이상이 불법 체포됐습니다. 그간 유엔과 국제사회는 공허한 비난과 우려를 쏟아내며 억울한 희생을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미얀마 민중은 국제사회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채 철저하게 고립됐습니다. 일방적인 학살과 탄압이 계속됐고 이에 일부 언론과 평론가는 민중의 패배를 이야기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모멸적인 속단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군부독재 뿌리를 뽑지 않으면 미래 없어

그러나 미얀마 민중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오랜 반목의 기억을 접어두고 쿠데타 세력에 맞서 민중 편에 섰고, 민중은 민족과 종교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의지해 부족한 물자와 식량을 나누며 대동 사회를 열었습니다. 쿠데타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로 나가 평화롭게 행진하는 시민, 자기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밀림 속 혈투를 승리로 이끄는 소수민족 젊은이, 개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과 의료진 모두가 군부독재 체제 종말과 연방민주주의국가 건설이라는 대업을 위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미얀마 민중에게 말합니다. 희생을 감내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어떻겠냐고 말입니다. 이에 미얀마 민중은 답합니다.

“오욕의 역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역사의 마지막 세대이다. 우리 자손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새 나라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것을 위해 군부독재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혁명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한들 우리는 자랑스럽게 민주주의국가 건설의 거름이 되겠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미얀마는 식민통치와 오랜 민주화항쟁 등 근대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적 궤적을 함께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국가를 꽃피웠지만 미얀마는 여전히 고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선의 방관은 악을 꽃피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국가 시민으로서 지금 미얀마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미얀마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미얀마 상황을 계속 지켜봐주십시오. 미얀마 민중이 피 흘리며 쓰러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담대하게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기억해주십시오. 그 투쟁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 국민이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십시오. 미얀마 민주화혁명이 승리하는 그날, 대한민국도 미얀마 민중과 함께 새날의 기쁨을 함께하겠노라 말해주십시오.

혁명의 구호를 외치며 글을 맺습니다.

“아예더봉 아웅야미!”(혁명은 반드시 승리한다!)

최진배 <미얀마 투데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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