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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아저씨’ 헌 옷 추적 동참

헌 옷 기증자① 배우 김석훈 “쉽게 사고, 쉽게 버려 지구 오염”
등록 2024-12-27 21:22 수정 2024-12-28 14:40
한겨레21과 인터뷰 중인 배우 김석훈씨. 한겨레 조윤상 피디

한겨레21과 인터뷰 중인 배우 김석훈씨. 한겨레 조윤상 피디


26년차 배우 김석훈씨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나의 쓰레기 아저씨’다. 최근 김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쓰레기를 소재로 방송을 해보자고 직접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것만큼 많은 것을 버리는데, 실생활에서 쓰고 난 다음 버려지는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재활용이 되는지, 소각되는지, 매립되는지 알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의 채널에는 재활용 수거 체험, 바다 플로깅(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쓰레기 매립지 투어 등 쓰레기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겨레21의 ‘헌 옷 추적기’ 보도 취지에 공감해, 추적에 활용할 중고 의류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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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추적 탐사보도에 옷을 기부했다.

“(가져온 게) 의류 5벌과 신발 2개인데, 옷 5벌 중에 한두 벌은 국내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3벌은 무조건 우리나라를 떠나 필리핀 등으로 갈 거란 생각이 든다. 한두 벌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으면 좋겠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로 간 의류들이 쓰레기 산이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 어릴 때 기억으론, 사람들이 신발을 신다가 밑창이 닳아야 새로 샀다. 그만큼 풍족하지 않은 시대였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보면 운동화가 네다섯 개 된다. 내가 갖고 있는 돈으로 원하는 걸 살 순 있지만, 그게 자본주의의 중요한 바탕이지만, 소비할 때 책임져야 할 것들을 소비자도 생각해야 한다. 집에 비슷한 게 있는데 약간 디자인만 달라도 사고픈 욕구가 생긴다. 좀더 현명하게 소비해야 할 거 같은데 우리가 그런 교육을 잘 못 받았다. 쉽게 사고 버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무분별하게 소비한 많은 것들이 결국 동남아 등에 버려져 지구를 오염시킨다. 그걸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 옷 수거 체험은 어땠나.

“옷을 너무 많이 버리는 거다. 너무 멀쩡한 옷을 많이 버려서 (놀랐다). 수거하는 분이 계절이 바뀔 때 매일 수거함을 연다고 하더라. 오래돼 못 쓰는 건 버려야겠지만 쓸 만한 걸 많이 버린다고 한다. 그중에서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건 10% 정도라더라. 나머지는 전부 어딘가로 버려지고. 우리가 태풍 등 자연이 무섭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어떤 분은 거대한 쓰레기를 봐도 두렵다고 하더라.”

배우 김석훈씨가 2024년 7월25일 서울 용산구 미스틱스토리 사옥에서 한겨레21과 만나 옷 추적 프로젝트에 기부할 물품들을 기부했다. 한겨레 조윤상 피디

배우 김석훈씨가 2024년 7월25일 서울 용산구 미스틱스토리 사옥에서 한겨레21과 만나 옷 추적 프로젝트에 기부할 물품들을 기부했다. 한겨레 조윤상 피디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인간 내면 욕구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사야 하고, 또 인간의 근본적 심성 중 하나가 지루함을 해소하는 것 아닌가. 멀쩡한데 지루해서 버리는 게 많다. 그 근원적 욕구를 조금씩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사기 전에 잠깐 우리 집에 비슷한 게 있지 않나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중고시장에 자주 가는데, 중고품은 탄소가 이미 배출됐고 누군가가 또 잘 사용한 걸 파는 거라 이건 소비를 좀 해도 된다고 봤다. 요즘은 옷도 가전도 자동차도 중고로 사는 걸 권장할 만한 거 같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참 어려운 문제다. 쉽게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기업과 정부, 소비자가 환경이란 이슈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다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러기 어렵다. 9900원짜리 옷과 1만9900원짜리 옷이 있으면, 만원이 비싸더라도 더 질이 좋은 1만9900원짜리 옷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밖에 못 입는 건 5벌을 사야 하는데, 5년 입을 수 있는 건 1벌만 사면 되니까. (조금 더 비싸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걸 사면 좋겠다. 정부는 규제할 필요가 있고, 기업도 양심껏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보도는 12월27일부터 2025년 1월2일까지 매일 이어집니다. 한겨레21 통권호(1545호)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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