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악명 높은(노토리어스) RBG. 유명 래퍼의 이름을 딴 별명으로 불렸던 미국의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향년 87살로 세상을 떠났다. 1999년 대장암을 극복하고 2009년엔 췌장암을 이겨냈지만, 재발과 합병증을 이겨내기는 어려웠다. 그는 일생 전반에 걸쳐 소수자들을 위해 싸웠고 진보적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몸을 던져왔다. 여학생 입학이 허가되지 않던 버지니아 군사대학의 성차별적 입학 조항이 문제라는 판결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돼 보호시설에 갇히는 것이 차별이라는 판결을 이끌었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동성 결혼을 한 김조광수 부부와 트랜스젠더인 하리수씨를 초대해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늘 소수자와 발맞추는 걸음을 보이며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죽음 앞에 진보와 보수, 나잇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추모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평소 긴즈버그를 ‘사기꾼’이라고까지 말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던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법률 분야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에서 선구자를 잃은 걸 애도한다”며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를 달도록 했다.
하지만 애도와 무관하게, 그의 빈자리를 누가 메울지를 두고 긴장감이 팽팽하다. 미국 연방대법관 자리는 정해진 임기가 없어 사실상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종신직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재판 대신 사회에서 예민하게 대립하는 사건을 다루는 중요한 자리이기에, 누가 대법관이 되느냐에 따라 사회 기준을 바꿀 중요한 판결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사안이라,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를 내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아리송한 시선을 보낸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2%가 2020년 대선에서 이긴 사람이 신임 연방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는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새 대법관 후보로 꼽히는 사람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은 보수 성향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다. 이미 9명 중 5명이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관 자리에, 어떤 인물이 들어설지는 두고 봐야 한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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