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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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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자가 말하는 K방역 성공의 비밀

[코로나 뉴노멀]
2부 2장 외신기자가 본 K-방역
다음 단계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방역’
등록 2020-06-01 23:14 수정 2020-06-13 13:38
5월4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의 사자상 앞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자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5월4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의 사자상 앞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자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같은 바이러스, 다른 대응’. 인간이 거주하는 땅덩어리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의해 점령됐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맞서는 각 나라의 대응은 같지 않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여기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소개한다. 11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같은 재난에 맞선 각 나라의 다른 대응을 들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 3명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외부자의 눈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고, 국내 코로나 최고 전문가 5명이 내부자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좌담을 정리했다_편집자주

“대구가 어떻게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었는지 현장 상황을 가능한 한 자세히 전해달라.” 4월 하순, <마이니치신문> 도쿄 본사에서 급한 요청이 왔다. 앞서 4월7일 아베 정부가 도쿄 등 7개 도부현(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보건 긴급사태를 선언하며 일본 국민에게 “대인 접촉을 70~80%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의료 붕괴 위기를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는 불안한 때였다. 그즈음 “한국에서 배우자”는 분위기가 <마이니치신문>뿐 아니라 일본 대다수 언론에 전파되면서 도쿄의 보도 자세가 달라진 것 같았다.

매뉴얼에 없는 제안도 신속히 채택해 실시

한국 정부는 “K방역이 세계 표준 모델이 됐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으로 감염경로를 철저히 추적해 접촉자를 검사하고 격리하는 K방역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성공 사례다. 그러나 이미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태까지 감염이 퍼진 일본에서 한국 모델은 전제가 너무 달라 참고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 시기, 일본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대구처럼 집단감염 발생을 막지 못해 한때 의료 붕괴 직전까지 갔던 지역이 어떻게 질서를 회복했느냐였다. 후배 특파원이 곧바로 대구에 들어가 무증상·경증 환자를 수용해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의 설치 과정을 취재했다. 대구의사회나 의료단체가 선별치료시스템을 제안한 것에 행정기관은 처음엔 소극적인 자세였지만,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눌려 결단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 ‘드라마’ 같은 사례는 일본에서도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은 K방역의 상징이 된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한 병원의 의사가 2월에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3월 중순에는 전국 230곳까지 일시에 퍼져나갔다. 한국은 2003년 사스(SARS)와 2015년 메르스(MERS) 때 다수가 숨진 일을 교훈 삼아, 대책 매뉴얼을 여러 차례 검증하며 감염 예방체계를 갖춰나갔다. 그래서 이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매뉴얼에 없는 제안도 신속히 채택해 실시했다.

한국 “인권 희생해도 상관없다” 80%

일본에서는 니가타시가 2009년 신형 인플루엔자 유행 때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검사한 성과를 바탕으로 3월1일부터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이 시도에 냉담했다. 후생노동성이 전국 보건소에 드라이브스루 검사가 ‘가능’하다는 통지를 낸 것은 4월15일이 되어서였다. 일본이 한국에서 배워야 할 것은 매뉴얼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현장의 혼란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사소통 노하우가 아닐까.

<마이니치신문>은 메르스 유행 당시 한국 보건복지부 부대변인을 지낸 초대 위기소통 담당관을 인터뷰했다. 메르스 때 루머가 난무했던 데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역학 분야를 책임지는 긴급상황센터와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위기소통 담당관실이 역할을 나눠 이번에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보 제공을 중시했다고 한다. “메르스 때 정보 공개 수준이 20~30%라면, 이번엔 90~100%를 공개했다. 국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에서 국민을 믿으려는 방역 당국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러나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결제정보, 감시카메라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한국의 감염자 추적 시스템은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국가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 이게 한국에서 가능했던 것은 국민과 의사소통을 잘했기 때문일 것이다. 4월 세계 30개국에서 실시한 글로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인권을 어느 정도 희생해도 상관없다’고 답한 사람은 전세계 평균 75%였다. 한국은 80%로 평균보다 높았고, 일본은 32%로 30개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은 45%로 29위다.

한국에서는 추적 시스템과 관련해 보건소와 구청, 경찰의 수집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2월에 잇따랐지만, 그래도 시스템은 계속 유지됐다. 일본에서 같은 일이 발생하면 재발 방지책이 수립될 때까지 시스템을 멈추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뒤, 국가 주도 추적 시스템의 문제점을 처리하고 국민이 동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K방역 노하우를 세계에 보도할 때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권력 발동과 국민의 권리 보호 사이에 직면한 시행착오나 교훈이 많은 나라에 참고가 될 것이다.

총리 사과 뒤 한 달 만에 마스크 구매

K방역에서 하나 아쉬운 게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권리 보호라는 관점이 누락돼, 공적 마스크나 재난지원금 혜택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이 차별받는 현실이다. 한국 정부는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국적 차별 없이 자가격리와 치료비를 부담한다. 그것이 감염 확대 방지책이 된다는 합리적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같은 발상에서 공적 마스크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제공해야 한다. 또 한국에서 세금을 내는 장기체류 외국인이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의무와 권리의 균형 측면에서도 국제적인 흐름에 어긋난다.

3월2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을 했을 때, 필자는 앞의 두 가지를 질문했다. 정 총리는 “외국인에 대한 시각이 부족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유학생이 공적 마스크 구매 대상자가 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4월20일이 되어서였다.

일본에서는 3월 사이타마시가 조선학교를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이틀 만에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코로나19위기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차별이 확대될 우려가 있어, 언론과 시민사회가 항상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각국 공통의 과제다.

서울 외신기자들 “외신 매체 활동 지장”

한국 법무부는 6월1일부터 장기체류 외국인이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면 현지 출국일로부터 48시간 안에 현지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를 소지하고 입국 때 제출하도록 하는 강력한 조처를 시행한다. 14일간의 자가격리에 국적 차별은 없었지만, 이 조처는 한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는 “이 조처가 지금까지 ‘열린 K방역’ 모습을 전세계에 알려온 외신 매체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체류 외국인의 불만이 퍼지면 K방역의 국제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이런 기사를 쓰고 싶다. “K방역은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호리야마 아키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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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2부 세 개의 시선

2장_외신기자가 본 K-방역
1. 스페인 기자, 대구의료원에서 만난 모녀의 안부를 묻다
2. 일본기자가 말하는 K방역 성공의 비밀
3. 캐나다 기자, 전면 봉쇄없이 코로나 이겨내는 한국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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