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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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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이 ‘만능키’인가

정부 지출 늘리는 재정정책 요구 목소리 커져
등록 2016-09-10 01:10 수정 2020-05-03 04:28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의 ‘올해 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은 촉각을 세운다. AP 연합뉴스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의 ‘올해 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세계 금융시장은 촉각을 세운다. AP 연합뉴스

매년 8월 하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장단과 이사, 경제학자들이 통화정책 심포지엄을 연다. 연준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을 통괄하는 중앙기관으로,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과 비슷한 구실을 한다. 올해 최대 관심사는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한다면 언제부터일지, 올해 안에 몇 번이나 올릴지였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소비·투자가 늘어나 경기가 활성화되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근 고용과 물가를 비롯한 여러 경제지표가 잇따라 긍정적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금리 인상 시기는 대선 이후 연말쯤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쪽에선 다른 연준 이사들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더해져 9월에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신중론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근거는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률이다. ‘저성장 장기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옐런 의장은 내년 말에 기준금리가 최대 4%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인용했다.

금리 인상 시기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지만, 옐런 의장과 중앙은행 관료들이 경제정책을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적인데도, 이를 맹신하는 분위기를 지적하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심스는 이렇게 말한다. “통화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세요. 오히려 중앙은행이 상황을 악화하고 있어요.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집행하려면 예산결정권을 쥔 의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관심이 연준에 맞춰져 있으니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겁니다.”

백악관 산하 국제개발위원회 의장 모하메드 엘에리언 역시 통화정책만으로는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어렵고, 주요 선진국들도 정부 지출을 늘리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논의가 집중되는 건 위험합니다. 오히려 연준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찾을 때입니다.”

실제 재정정책은 연준 관료들의 바람처럼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돈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은 유럽도 비슷하다.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이 결정하지만, 재정정책은 유럽연합 각국 정부가 시행하기 때문에 통화-재정 정책이 짝을 이루기 어렵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에 발맞춰 각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달라”고 촉구했지만, 유럽에서 압도적인 무역 흑자를 내는 독일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고집해왔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부채를 극도로 꺼리는 의회 다수당 공화당과 매번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기 때문에 유럽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 미국 의회 예산처장을 지냈던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더글러스 엘멘도르프 총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루이즈 셰이너와 함께 쓴 논문에서 “일단 정부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살리고 빚 걱정은 나중에 하는 게 합리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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