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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북한을 내주는 방법

“한반도 사드 배치는 시진핑의 실패” 중국 반응에 예민한 <뉴욕타임스>
등록 2016-07-21 18:14 수정 2020-05-03 04:28
지난 3월31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연합뉴스

지난 3월31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연합뉴스

한국 국방부가 7월13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도 관련 소식을 시시각각 전했다. 한국 언론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춘 반면, 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펼쳐지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의 반응에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였다.

한·미 군 당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첫 발표를 한 게 7월8일이었다. 이날 는 관련 기사를 타전하면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시아 외교 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경제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에 더 가까이 다가서서,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써왔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은 아직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적이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서울을 찾아 만났다. 박 대통령도 미국 동맹국 정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결정적 순간, 오랜 우방인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드를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중국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중 관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중국의 경고는 무시됐다. 사드가 배치되는 최악의 경우라도 중국 본토를 견제하는 범위 밖에서 이뤄지게 해달라는 ‘물밑 요청’도 사실상 배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복원하자는 쪽이 중국 정부 내에서 외교정책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내 미국연구소 우신보 소장의 말이다. 가뜩이나 경제성장이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한국에 직접 보복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외교 분야에선 시진핑 주석의 ‘친한국적 노선’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또 중국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만 해도 중국이 이를 충실히 이행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여러 차례 “사드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데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때마다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반도 방어용으로만 쓰기에 사드 시스템이 관장하는 영역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중국 영토 지근거리인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중국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모조리 감시하고 압박하겠다는 뻔한 의도라는 인식도 드러난다.

“(미국이) 사드라는 최신식 방패를 목전에 들이밀었으니, (중국은) 창을 더 날카롭게 벼리는 수밖에요.” 베이징 인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청샤외 교수의 말이다.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 회원국 곳곳에 이지스함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설치해 러시아를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에도 러시아에 가하는 것과 비슷한 압박을 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드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가 첨단 무기 개발 경쟁에 돌입하면 동북아시아는 다시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에 반발해 이른바 ‘뉴욕 채널’마저 끊어버렸다. 사드 도입을 수용한 건 한국 정부다. 그러나 사드가 몰고 올 거센 후폭풍에 맞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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