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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는 학계에서 박해받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편협한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 주장
등록 2016-06-09 16:34 수정 2020-05-03 04:28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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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좋다고 멍청한 사람들의 (보수적) 의견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한 독자)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늘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건 (오히려) 보수주의자인데 왜 억지 논리를 펴시나요?”(또 다른 독자)

5월8일 의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프가 쓴 ‘진보의 편협함을 고백한다’( A Confession of Liberal Intolerance)는 글에 발끈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당시 칼럼에서 크리스토프는 “다양성의 가치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미국의 ‘진보주의 학계’를 들여다보면, 여성·흑인·라티노·게이·무슬림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환영받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보수적 가치나 복음주의 기독교로 대표되는 보수 종교 성향을 지닌 인물들은 학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한다”고 썼다. 진보주의가 주장하는 다양성 안에 ‘보수주의’는 빠져 있다는 말이다. ‘나와 생김새가 다른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누구나 우리와 어울릴 수 있다. 당신이 보수주의자만 아니라면.’ 이런 사고방식이 진보주의 학계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논문 네 편에서 미국 대학의 인문학 교수 가운데 공화당원의 비율은 6~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과학 교수로 영역을 좁히면, 이 비율은 7~9% 수준이다. 크리스토프는 특히 사회학을 비롯한 역사학, 문학 쪽에서 보수주의 학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부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회과학 분야 교수 중 18%는 ‘마르크스주의자’로 자처하는 진보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주의자를 향한 차별은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사회심리학자의 3분의 1은 ‘능력과 자질이 동등한 교수 후보 두 명이 있다면, 진보 성향 쪽 손을 들어주겠다’고 답했다. 크리스토프는 “복음주의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더 심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교수의 절반 이상은 ‘교수 후보자가 복음주의 기독교도라면 그를 임용하는 데 주저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똑똑한 보수주의자, 또는 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복음주의 기독교도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다양성의 가치를 좀더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독자 가운데서도 진보 성향이 강한 독자들이 크리스토프의 ‘편협한 진보’ 주장에 반발하며 줄줄이 댓글을 달았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크리스토프가 5월28일 ‘진보주의자들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 The Liberal Blind Spot)라는 제목으로 쓴 후속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글은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보수주의자는 지적 대화에 낄 수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며, 진보주의자들이 자신의 오만함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는 요지였다.

크리스토프는 앞선 칼럼의 댓글을 언급했다. “물론 진화론을 부정할 정도로 무지한 자들이나 대놓고 불평등을 설파하는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이 학문 분과를 장악하고, 이념적으로 균일한 공동체를 구축했던 점, 이 때문에 대학이 대학답지 못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는 또 “고정관념과 차별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특히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건 편견과 혐오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수주의자를 차별하는 것이 진실을 깨우쳐주는 계몽’이라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프는 이 대목에서 더욱 대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대학은 더 진정한 의미로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소수 인종·집단 출신의 학자를 길러내는 데 힘을 기울였던 것처럼, 보수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계에서 ‘2등 시민’ 취급을 받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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