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좋다고 멍청한 사람들의 (보수적) 의견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한 독자)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늘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건 (오히려) 보수주의자인데 왜 억지 논리를 펴시나요?”(또 다른 독자)
5월8일 의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프가 쓴 ‘진보의 편협함을 고백한다’( <font color="#C21A1A">A Confession of Liberal Intolerance</font>)는 글에 발끈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당시 칼럼에서 크리스토프는 “다양성의 가치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미국의 ‘진보주의 학계’를 들여다보면, 여성·흑인·라티노·게이·무슬림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환영받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독 보수적 가치나 복음주의 기독교로 대표되는 보수 종교 성향을 지닌 인물들은 학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한다”고 썼다. 진보주의가 주장하는 다양성 안에 ‘보수주의’는 빠져 있다는 말이다. ‘나와 생김새가 다른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누구나 우리와 어울릴 수 있다. 당신이 보수주의자만 아니라면.’ 이런 사고방식이 진보주의 학계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논문 네 편에서 미국 대학의 인문학 교수 가운데 공화당원의 비율은 6~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과학 교수로 영역을 좁히면, 이 비율은 7~9% 수준이다. 크리스토프는 특히 사회학을 비롯한 역사학, 문학 쪽에서 보수주의 학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부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회과학 분야 교수 중 18%는 ‘마르크스주의자’로 자처하는 진보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주의자를 향한 차별은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사회심리학자의 3분의 1은 ‘능력과 자질이 동등한 교수 후보 두 명이 있다면, 진보 성향 쪽 손을 들어주겠다’고 답했다. 크리스토프는 “복음주의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더 심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교수의 절반 이상은 ‘교수 후보자가 복음주의 기독교도라면 그를 임용하는 데 주저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똑똑한 보수주의자, 또는 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복음주의 기독교도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다양성의 가치를 좀더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독자 가운데서도 진보 성향이 강한 독자들이 크리스토프의 ‘편협한 진보’ 주장에 반발하며 줄줄이 댓글을 달았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크리스토프가 5월28일 ‘진보주의자들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 <font color="#C21A1A">The Liberal Blind Spot</font>)라는 제목으로 쓴 후속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그의 글은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보수주의자는 지적 대화에 낄 수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며, 진보주의자들이 자신의 오만함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는 요지였다.
크리스토프는 앞선 칼럼의 댓글을 언급했다. “물론 진화론을 부정할 정도로 무지한 자들이나 대놓고 불평등을 설파하는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이 학문 분과를 장악하고, 이념적으로 균일한 공동체를 구축했던 점, 이 때문에 대학이 대학답지 못하게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는 또 “고정관념과 차별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특히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건 편견과 혐오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수주의자를 차별하는 것이 진실을 깨우쳐주는 계몽’이라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프는 이 대목에서 더욱 대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대학은 더 진정한 의미로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소수 인종·집단 출신의 학자를 길러내는 데 힘을 기울였던 것처럼, 보수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계에서 ‘2등 시민’ 취급을 받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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