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미국 뉴욕시에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직원 200여 명이 모여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약 1만7천원)로 올려야 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8달러가 채 안 되던 최저임금을 두 배 가까이 올리자는 주장에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취지에 공감한다”던 사람들 가운데도 “실현될 수 없는 공허한 외침”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로부터 3년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선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렸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주가 2022년까지, 뉴욕시가 2018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뉴저지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주, 그리고 워싱턴DC 등도 ‘최저임금 15달러’를 깊이 논의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2011년 이후 공화당 주지사 혹은 공화당이 다수당인 주의회가 노동조합비를 급여에서 원천징수 못하도록 하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약하는 등 노조를 계속 무력화해온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현재 공공부문을 제외한 미국 민간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6.7%밖에 되지 않는다.
4월1일 는 불과 3년6개월 만에 ‘최저임금 15달러’가 꿈같은 소리에서 현실이 된 과정을 짚으며 마이클 캐진 조지타운대학 교수(역사학)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소득 불평등이 우리 시대의 쟁점이 되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던 친노동자, 친노동조합 정서가 작용한 것 같아요. 지금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1960년대 시민평등권 운동과 비슷합니다. 피할 수 없는 이슈라는 겁니다.”
현재 미국인의 59%가 ‘최저임금 15달러’ 법안을 지지한다. 민주당 지지자의 84%, 무당파의 58%,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의 32%가 ‘최저임금 15달러가 터무니없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오랫동안 오르지 않은 것이 소득 불평등을 부추긴 원인이라는 분석에 사람들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서비스노동조합 메리 헨리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몇몇 도시에서 15달러 최저임금이 통과되자 사람들은 이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이 기준을 현실적인 요구 사항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나 빨리 최저임금 15달러를 쟁취하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시간당 15달러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5천만 명이 넘는다. 대학생부터 노인, 요양병원 간병인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를 자기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자 최저임금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는 ‘최저임금 15달러’를 적극 지지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는 “15달러는 너무 높다”며 반대한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12달러로 올리고 주정부가 ‘15달러로 인상’을 원하면 허용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자에게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소상공인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거라는 주장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주의 업무 자동화를 부추겨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생겨날 거라는 부정적 측면까지 지적하는 분석이 있다. 반면 마이클 라이시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 교수는 생산품 가격이 올라 매출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함께 상승하면서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명태균 검찰 출석 날…“청와대 뒤 백악산은 대가리가 좌로 꺾여”
임은정 “윤, 건들건들 반말…국정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해”
[단독] 이충상, 인권위에 돌연 사표 제출
기상 양호했는데...2명 사망, 12명 실종 금성호 왜 뒤집혔나
명태균 변호인, 반말로 “조용히 해”…학생들 항의에 거친 반응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아들 등굣길 걱정에 위장전입’ KBS 박장범, 스쿨존 속도 위반 3차례
‘군무원 살해’ 군 장교, 경찰에 피해자 흉내냈다…“미귀가 신고 취소할게요”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던 윤, 스스로… [그림판]
군,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북 미사일 발사’ 맞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