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AP 연합뉴스
정당 선거를 분석하는 이론 가운데 ‘중위 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em)이 있다. 양당제 아래 유권자들의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까지 이념에 따라 분포돼 있고 투표율이 성향과 관계없이 비슷할 때,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정당이나 후보가 50% 넘는 표를 얻어 선거에서 이긴다는 이론이다.
중위 투표자 이론은 오랫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제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 선거를 설명하는 열쇳말이었다. 당내 경선 때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당파적 발언을 하던 후보자가 상대 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는 중도적 성향을 내세우는 것도 중위 투표자 이론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치를 분석할 때 정당 소속감 강화, 각 당에 대한 호오가 뚜렷해진 유권자, 부동층 감소 등 이른바 이념적 양극화와 관련된 설명이 많아졌다. 실제 미국 유권자의 성향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쌍봉 낙타’ 형태로 변화해왔다. 따라서 예전에는 부동층 혹은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오락가락하는 중간지대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였다면, 이제는 전략도 바뀌었다. 이른바 ‘집토끼’를 잘 단속하고, 우리 편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에 빠짐없이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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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의 사망으로 발생한 대법관 공석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인준하는 절차가 예정돼 있다. 중위 투표자 이론대로라면 오바마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선호를 최대한 고려해 대법관 후보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2월16일 기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대법관 후보들의 면면과 각각의 선택이 미칠 파장을 분석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공화당 내에서 의견을 갈라놓을 수 있는 후보를 고르는 전략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섣불리 거절할 수 없는 대표적인 인물로 현 법무부 장관 로레타 린치(사진 왼쪽)가 꼽힌다. 임명된다면 흑인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는 상징성도 지니게 될 린치는 지난해 4월 장관에 오를 때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1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다. 만약 린치의 대법관 임명이 상원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된다면, 당장 오는 11월 중도 혹은 다소 진보적인 성향의 주, 혹은 흑인 유권자의 표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에서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들은 무척 난처해질 것이다.
최근 민주당 정권에서 임명된 항소법원 판사들 가운데 판사 임명 당시 공화당으로부터도 꽤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이들은 공화당 의원들을 더 당혹스럽게 할 만하다. 1997년 임명 당시 공화당으로부터 찬성표를 32표 받은 메릭 갈랜드 판사, 2013년 임명될 때 사실상 상원 만장일치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제인 켈리 판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이들은 린치 장관에 비해 진보 성향의 지지자를 열광시키기에는 다소 상징성이 떨어진다.
진보 진영을 열광시킬 꿈의 후보로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오른쪽)이 거론된다. 오랫동안 소비자보호운동에 헌신한 하버드 법대 교수 출신 워런은 경제적 불평등이 대선 국면에서 화두가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카말라 해리스나 진보 색채가 뚜렷한 다이앤 우드 판사도 물망에 오른다. 이 카드는 공화당에 선전포고로 비칠 수 있다. 선거 정국에서 이념적 양극화가 더욱 또렷하게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집토끼’를 잡는 데는 무척 효과적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확신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감행할 만한 모험이라고 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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