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들으면 대만이 떠오른다. 지금껏 들어본 가장 서글픈 은 한국 사람이 부르지 않았다. 대만 가수 장위헝(姜育恒)이 부른 은 뭐랄까… 정말로 서럽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이라고 시작하는 노래는 정처 없이 스며든다.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네~”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이런 가사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그들의 사연이란 ‘아우라’가 깔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대만으로, 대만에서 어딘가로 이어지는 디아스포라(이산)의 사람들. 장위헝은 한국 출신 화교다. 그리고 명·청 시대 기근으로 본토에서 이주한 사람부터 국민당 정권과 함께 떠나온 이들을 거쳐 문화혁명을 피해온 사람까지, 대만은 디아스포라의 섬이다.
거대한 중국, 소소한 대만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역시 대만의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엔카였는데,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쩐지 익숙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의 두세 번째 노래를 듣고서야 알았다. 아하, 계은숙. <nhk> 홍백가합전에 가장 많이 나왔다는 한국인. “나에겐 당신밖엔~” 하던 목소리가 20여 년 만에 기억에서 살아났다. 그러니까 한국인 가수가 일본어로 부르는 엔카를 대만에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질문 나간다. 서울(인천)에서 타이베이, 타이베이에서 방콕. 둘 가운데 어느 노선의 비행 시간이 적게 걸릴까? 어느 공정여행 여행사도 대만 관광 홍보문구에 ‘생각보다 가까운 대만’이라고 썼던데, 서울에서 타이베이 가는 데 비행기로 2시간30분, 타이베이에서 방콕까지 3시간30분 걸린다. 만약 타이베이~방콕 구간이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면, 아마도 심리적 거리 때문일 것이다. 그럼 대만은 동북아시아일까, 동남아시아일까? 대만에 간다고 하면 “동남아 가냐”고 하던 이들은 당연히 “동남아”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중국은 동북아인데 대만은 동남아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자우편으로 들어오는 적잖은 보도자료 가운데 단연 애절하게 ‘호소하는’ 제목이 있다. 주한대만대표부에서 보내는 전자우편의 제목은 자주 심금을 울린다. 11월17일 전자우편의 제목은 ‘대만도 APEC 정상회담 개최해야’. 엑스포가 열리면 대만도 참가했다고 전자우편이 온다. 국제사회에서 배제당한 현실의 서글픈 반영이다.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 슬픔이 홍길동만의 것이 아니다. 대만을 대만이라 부르지도 못한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불린다. 가슴에는 백일청천기 대신 올림픽 휘장을 달아야 한다. ‘거대한’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국가 위계
어쩌면 지금 남한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대만이다. 일제 식민지 경험, 반공 논리에 기반한 개발독재, 비슷한 시기의 민주화 경험 그리고 보수 세력의 재집권, 중국보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 여전히 견고한 가족주의 등등. 이렇게 비슷한 역사와 문화는 비슷한 감성을 낳는다. 이런 대만에 한국 야구가 지면 ‘참사’가 된다. 대만 ‘정도야’(혹은 ‘따위야’) 하는 생각이 반영된 말이다. 여기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서 거대한 중국에 견줘 소소한 대만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계절에 새삼스레 생각하는 우리 안의 국가 위계다.
참, 대만엔 한국에 없는 것도 있다. 대만의 병역거부자는 감옥에 가지 않고 대체복무를 한다.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성소수자(LGBT) 퍼레이드는 도쿄·홍콩·싱가포르·방콕이 아니라 타이베이에서 열린다. 10월3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LGBT 행진에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짐작과는 조금 다른 나라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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