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의 아마존 생활이 그랬듯이 ‘가이아의 정원’ 역시 지붕이 없었다. 밤에 잘 때 해먹에 누워 모기장 사이로 보이는 별들이 좋았다. 뻥 뚫린 우리의 천장은 은하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보여주었고 달의 위치로 시간을 알아내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매일 밤 보이는 별자리를 책에 그려넣어 손수 별자리 책을 만들었다. 밤하늘은 또 다른 세계와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 이곳을 떠나 제대로 만든 집의 막힌 천장 아래에서 지낼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간만에 아주 풍족한 아침 식사를 했다. 커피 2잔, 쿠스쿠스케이크, 비스킷과 과바젤리. 뜨거워야 할 아침 햇살은 구름에 가려졌고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오는 것이 비가 올 것을 예감하게 했다. 우리는 빗물을 모아 식수로 사용했으므로 커다란 물받이용 고무 대야의 뚜껑을 활짝 열어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식사 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고무 대야에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오랫동안 머릿속에 묻어둔 생각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회와 개인, 예술과 차별, 빈곤과 음식, 자아와 타인에 대해 그리고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삶이 얼마나 자본주의적 발상인지 생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을 말한다. 우리의 행복은 ‘가이아의 정원에 사는 것’이었다. 평화로운 아침과, 풍족하지 않지만 나눌 수 있는 음식과, 서로 오가는 이야기들, 이것으로 족했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고 더 비싸고 좋은 차로 바꾸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면 우리의 행복은 전혀 다르다. 하루하루를 내가 가진 감정에 충실하고 노동력 착취를 당하지 않으며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는 생활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이다. 그런 삶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돈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 우리가 얼마나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아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다. 재화가 넘쳐나는 바빌로니아에서는 돈 없이 사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우리는 지금 아마존에 있다. 내가 먹는 것은 하루 두 장의 밀가루빵 ‘차파티’와 한 주먹의 쌀, 약간의 채소와 과일, 몇 조각의 비스킷이다. 강물에 샤워하고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마시고 나무를 잘라 불을 지피고 요리한다. 그 밖에 밤을 환하게 비출 한 자루의 초와 성냥…. 내게 매달 청구되는 세금은 없다.
소비를 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에서 소비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우리 여행은 소비에 대한 반항이 되었다. 부족한 것은 언제나 사람과 자연에 의해 채워졌다.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부족함이 축복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전혀 부족하지 않은 여행을 했다면 우리는 그 부족함이 자연스레 채워지는 경험을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부족한 사람이 더 많은데 사회는 언제나 완벽한 사람들을 모델로 보여준다. 완벽한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사회적 옷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저분하고 불완전한 내 옷이 더 편한 이유다. 왜 모두 원하는 것이 같아야 할까? 다르면 틀린 거니까? 다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용쓰지 않고 나만의 색을 내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 다름은 틀린 게 아니라 재미있는 것이다. 모두가 저마다 아름다운 색을 낼 때 우리는 그림 같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곳 아마존에서 나를 둘러싸던 모든 물질적인 것과 결별하고, 나를 꾸몄던 모든 것에서 탈피하고, 소비 위주의 사회에서 탈출한 나는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좋은 회사에 입사해 높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지와 다리오 ‘배꼽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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