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싯 총리 REUTERS/ CHAIWAT SUNBPRASON
국가홍보 슬로건의 고전이라면, 역시 타이의 ‘어메이징 타일랜드’(Amazing Thailand)지요. 또 하나, ‘온리 인 타이’(Only In Thai). 여행자 천국 타이에선 감히 당신의 나라에서 꿈꾸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최근의 타이 정치는 ‘Amazing Thailand’로 시작해 ‘Only In Thai’로 끝났습니다. 타이 민주주의민중연대(PAD)는 정부 청사에 무단 장기 투숙하더니 급기야 타이의 심장부 수완나품 공항까지 점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탁신 전 총리 세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야 말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반정부 세력이 청사를 공항을 점거해도 경찰은 고분고분 비켜주고, 군대는 마음으로 지켜주는 모습이 참으로 ‘어메이징’하지 않습니까? 어메이징의 절정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PAD의 일부가 보통선거제도를 부정했단 겁니다. 타이의 교육받은 중산층에겐 1표를, ‘타이의 강원도’인 이산의 농민에겐 4명당 1표를! 대충 이런 주장을 했답니다. 왜냐고요?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타이의 중산층은 이산의 농민들에게 번번이 패했습니다. 대략 55 대 45? 지금 타이 정치 지형에선 다시 선거를 해도 과반수의 탁신 지지층이 이기는 구도일 겁니다.
방콕에 살던 한국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형, 타이는 방콕과 방콕 아닌 곳으로 나뉘어.” 타이에는 이렇게 두 개의 계급이 있지요. 서울과 지방의 차이도 물론 심각합니다만, 방콕과 지방의 차이에 견주면 새 발의 핍니다. 그리하여 방콕에선 공권력이 반정부 세력의 기관 점거를 수수방관하는, 심지어 협조하는 어메이징한 일들이 벌어지더니, 마침내 이분들 ‘Only In Thai’ 하셨습니다. 솜차이 정권을 끌어내리고, 민주당 정권을 세우셨지요. 잃어버린 7년6개월의 설움을 딛고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 아피싯(사진) 총리는 참으로 준수하더군요. 가히 대만의 마잉주 총통과 견줄 만한 외모입니다. 대만 친구가 예전에 자랑을 했더랬지요. “대만은 월드에서 가장 핸섬한 프레지던트를 가졌어.” 아마도 다음엔 이런 얘기를 들을지 모르겠군요. “타이가 가장 핸섬한 총리를 가졌다.” 최악과 차악 사이의 선택지밖에 없는 타이 민중의 현실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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