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의 송출 금지에도 아랍권 전역에서 사랑받는 헤즈볼라 방송사
▣ 암만=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기간 아랍권 시청자들의 시선은 온통 뉴스에 고정됐다.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은 물론 일반 방송에서도 주요 기사로 레바논 전쟁 관련 내용이 넘쳐났다.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헤즈볼라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이 단체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현대판 살라딘(아랍인들이 전설적인 영웅으로 추앙하는 인물)으로 칭송받기에 이르렀다.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다. 바로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위성방송 에 얽힌 얘기다. 헤즈볼라는 서방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한 무장·테러 단체가 아니다. 레바논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이자, 사회복지 사업에도 열심인 자선단체이다. 헤즈볼라가 힘을 쏟는 또 다른 영역은 언론활동이다. 헤즈볼라는 아랍어로 ‘등대’를 일컫는 텔레비전 방송사와 ‘빛’을 뜻하는 라디오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은 지난 1991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개국했다. 정치단체인 헤즈볼라가 운영하니 방송 수준이 엉망일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랍 방송계에서 방송은 여타 방송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물론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대중성이 다른 매체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의 분명한 한계다. 이를테면 방송은 아랍어·영어·프랑스어 외에도 히브리어로 뉴스를 보도한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 방송을 반유대주의를 확산시키는 심리전 기구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레바논 내 지역 방송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매체임에도 방송의 시청자는 중동 전역에 넓게 퍼져 있다. 이스라엘 점령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과 유럽 지역에도 시청자들이 있다. 아랍 방송권에선 매일 1천만 명에서 1500만 명가량이 이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7월 하반기의 시청률을 조사한 프랑스계 조사 전문 기관인 ‘입소스’의 분석 결과를 보면, 방송이 아랍권 전역에서 당당히 10위권에 올랐다. 이전 시청률 조사에서 83위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이스라엘의 침공이 불러온 놀랄 만한 결과다.
방송은 레바논 전쟁 기간 내내 이스라엘의 ‘공공의 적’ 0순위였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침공 다음날 베이루트 공항 공습 직후 이 방송사에도 폭탄을 퍼부었다. 방송사가 세 번이나 공습을 당했음에도 방송은 잠시 송출이 끊어진 것을 빼고는 중단된 일이 없다.
방송이 아랍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이스라엘의 맹폭에도 방송을 계속하는 ‘투쟁성’과 전쟁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스스로를 ‘저항 방송’으로 일컫는다. 이 방송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자신들의 대이스라엘 투쟁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자평하며, 헤즈볼라도 방송을 통한 심리·선전전에서 이스라엘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법원은 지난 2004년 12월 ‘증오와 폭력을 고무하고 반유대주의를 선동하는 등 유대인에 적대적인 인종편견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의 자국 내 송출 금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이 방송은 미국과 스페인 등지에서도 ‘테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송출이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는 여전히 ‘온 에어’다. 그러니 의 프로그램을 둘러싼 아랍권 안팎의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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