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국가인 케냐, 메리 왐부이 키비키 여사 의전 놓고 고민
▣ 헨트=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정해 질서를 창출해내는 지도자의 통치력과, 일부다처제 아래서 여러 부인들에게 사랑을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남성의 자질은 종종 유사한 관점에서 비교됐다. 물론 여성이 남성에게 수직적으로 종속되거나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불평등이 구조화된 전통사회에 적용되는 궤변에 가깝다.
아프리카 대륙에 서구 식민주의가 도래하면서 전통사회의 가치와 관습들은 뭉뚱그려 오명이 씌워졌다. 일부다처제도 그 형성 과정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전근대적이고 부도덕한 폐습으로 규정됐다. 기독교와 군대가 결합된 형태로 아프리카에 밀어닥친 식민주의는, 서구 사회의 역사적 산물인 일부일처제는 도덕적·윤리적 결합이라고 이상화한 반면 일부다처제는 전근대 사회의 악습으로 치부했다.
서구식 가치와 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부다처제는 수그러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부다처제가 사적인 공간에 머물다가 공적인 공간에 등장하면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일부다처제의 주체가 국가 원수라면 의전이나 예우 등과 관련해 곤혹스러운 문제들이 불거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의 둘째 부인의 존재는 친척이나 지인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의 일이었다. 2002년 12월 케냐의 3대 대통령에 취임한 키바키 대통령은 첫째 부인인 루시 키바키 여사와 4명의 자녀를, 둘째 부인인 메리 왐부이 키바키 여사와 한 명의 딸을 두고 있다. 키바키 대통령의 사생활은 케냐의 유력 일간지가 메리 왐부이 키바키 여사와의 인터뷰를 게재해 알려졌는데, 둘째 부인에 대한 의전이나 예우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생활이 종종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공식 행사에 영부인인 루시 키바키 여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의 둘째 부인인 메리 왐부이 키바키 여사도 뒤에 자리를 잡고 등장할 때가 있다. 국내 행사뿐만 아니라 외유에 둘째 부인이 비공식적으로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케냐 국회에서 대통령의 퇴임시 둘째 부인에게도 각종 예우나 경호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정도로 공식적 영부인을 제외한 다른 부인들에 대한 의전과 예우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돈이 초래되기도 했다.
케냐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조모 케냐타는 일부다처제를 실행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저서에서 일부다처제를 키쿠유 부족사회의 전통적 가치관과 맥락에서 기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케냐 사회에서 대부분의 인권운동가들은 일부다처제를 여성의 권리를 발목 잡는 대표적인 악습으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통령의 일부다처제는 특히 가톨릭 교회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로서 젊은 시절 에밀리오 스탠리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았다. 가톨릭 교회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부다처제를 실행하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도 가톨릭에 입문하기 전에 이미 여러 아내를 둔 사람들에게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 예방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에 나선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배우자에게 충실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한 바 있다. 그러자 그가 언급한 배우자에 대한 충실이 단수인지 복수인지를 놓고 호사가들은 말의 성찬을 벌였다. 그나저나 일부일처제를 이상화하면서도 혼외 관계가 일상화된 사회와 일부다처제 중 어느 쪽이 더 솔직한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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