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업가이자 풀럼 FC의 구단주인 모하메드 알파예드의 취미는 ‘동상 세우기’라고 해도 될 듯하다. 영국 해러즈백화점 남성복 코너에는 자신의 78살 모습을 조각한 동상을 세웠다.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그녀의 연인이던 자신의 다섯째 아들이 사망한 뒤에는 그 둘이 커다란 새 뒤에서 손을 잡고 있는 청동 동상을 건립했다. 그리고 2009년 6월 마이클 잭슨이 갑자기 사망하자, “전설적인 뮤지션과의 우정”을 과시하려고 실물 크기의 마이클 잭슨 동상 제작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디다 세운담? 해러즈백화점을 2010년 카타르 홀딩스에 팔아버렸으니…. 고민하던 알파예드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렸다. 풀럼 FC의 유서 깊은 홈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 내부, 그것도 풀럼의 ‘레전드’ 조니 헤인스 동상과 나란히 세우기로 한 것.
4월3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다. 헤인스 선수의 미망인은 “이건 내 남편 동상을 네버랜드에 세우겠다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 풀럼 팬들이 걱정하던 대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팀들은 풀럼을 놀려댈 준비가 한창이다. 스토크시티 FC의 한 팬은 온라인에 ‘풀럼의 골키퍼는 반짝이는 장갑을 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마이클 잭슨의 팬들은 풀럼 팬들에게 공격당할 게 두려워 축구 경기 관람을 포기하는 안전지향형과 다 같이 모여 마이클 잭슨의 의상을 입고 노래를 따라 부를 계획을 세우는 완벽적응형으로 나뉘었다. 그렇다면 풀럼 팬들의 반대에 부딪힌 알파예드의 반응은? 요약하자면 이렇다. “지옥에나 가라. 첼시로 가든지!” 당분간 경기보다 동상을 둘러싼 논쟁이 더 치열할 것 같다.
스포츠 경기장에 세운 동상이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4월에는 ‘동상의 선정성’이 문제가 됐다.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성화 점화 행사가 벌어질 로스앤젤레스 경기장 쪽에 2개의 나체 동상이 텔레비전에 그대로 방영될 것을 우려해 동상을 가리라고 지시했다. 경기장 쪽은 ‘동상은 외설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태도를 고수해 이를 거부했다.
동상 때문에 경기를 망친 선수도 있다. 1995년 4월2일,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불스의 새 홈코트인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마이클 조든은 코트 복귀 뒤 한 경기 최저점인 12득점에 그쳤다. 팀은 승리했지만 조든의 적중률은 26%에 불과했다. 1993년 프로야구로 떠났다 2년 만에 복귀한 조든의 7번째 경기였다. 원정경기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3번의 홈경기는 모두 망친 조든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새 체육관은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유나이티드센터를 증오한다.” 그는 자신이 떠난 뒤 새로 지은 유나이티드센터 정문 앞에 자신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무척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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