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해야 할 일이 겹겹이 쌓여 도미노처럼 마감을 어기고 있다. 잘 수도 없고 책이나 영화도 볼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저질러놓은 거지, 반성하며 후다닥 일을 끝내야 이 상황이 정리되겠지만 난 그저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영화 를 보는 것이다. 지금의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니까. 볼드모트와 목숨 걸고 맞서야 하는 호그와트에서는 마감 따위 우습겠지.
마감 얘기 따위 그만두고, 스포츠 칼럼이니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스포츠 ‘퀴디치’(Quidditch)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 팀당 7명의 마법사가 세 종류의 공(퀘이플·스니치·블러저)을 가지고 빗자루를 타고 공중에서 벌이는 이 가상 게임은 어디서 유래한 걸까? 몸싸움이 허용되는 게임의 박력은 하키나 럭비를 연상시키고, 퀘이플(붉은색 가죽공)을 방망이로 치는 것과 고리 모양 골대에 넣으면 득점하는 것은 얼핏 크로케 경기의 특성을 따온 것 같기도 하다. 공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건… 피구인가? 조앤 롤링이 어디서 영감을 받아 이 기상천외한 스포츠를 만들었을지 궁금해 찾아봤지만 인터뷰 내용 중 그런 건 볼 수 없었다.
대신 이라는 책에 따르면, 세 가지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머나먼 과거의 얘기다. 하나는 기원전 1500년 중앙아메리카에서 행해진 최초의 팀경기인 ‘나후알틀라츠틀리’(마법의 구기)다. 다른 하나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치첸이트사 대형 경기장에서 옛날에 벌어졌다던 구기 종목인데, 벽에 달려 있는 돌로 만든 고리에 공을 넣으면 끝나는 경기였다. 이건 퀴디치에서 자기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공인 스니치를 잡으면 경기가 끝나는 방식과 흡사하다. 아즈텍에서는 무릎과 엉덩이만 사용해 공을 다뤄야 했지만 방망이나 손에 쥐는 돌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도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강철공인 블러저를 다루는 방망이가 유래했다는 얘기가 있다.
퀴디치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블러저로 마구 상대를 공격해 공중에서 떨어뜨려도 될 정도로 과격한 행위를 하는 게 버젓한 룰이라는 것이다. 영화나 만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상 스포츠는 이렇게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과격하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영화 의 ‘롤러볼’이 대표적인데, 이는 농구와 모터사이클, 스피드스케이팅의 장점이 결합된, 근미래에 유행하는 신종 데스게임이다.
그런가 하면 불가능해 보이던 가상 스포츠가 실제로 실현된 경우도 있다. 프랑스 작가 엥키 빌랄의 공상과학(SF) 만화 에 나온 ‘체스복싱’은 2003년부터 실제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체스복싱은 총 11라운드로, 4분간의 체스 경기 6라운드와 2분간의 복싱 경기 5라운드로 진행된다. 체스 라운드부터 시작하는데, 체스를 둘 때는 관객의 훈수를 막으려고 헤비메탈이 나오는 헤드폰을 껴야 한다. 라운드 사이사이에는 1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체스에서 체크메이트가 나오거나 권투에서 케이오(KO)가 나오면 경기가 끝난다. 체스와 복싱이 모두 동점일 때는 체스의 흑을 잡은 선수가 승리한다. 현재까지는 매 경기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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