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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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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치즈 굴러가유~

등록 2011-08-19 17:36 수정 2020-05-03 04:26

나의 이상형 닥터 하우스(미드 의 주인공. 한쪽 다리에 심각한 통증이 있어 진통제인 바이코딘에 중독돼 있는, 괴팍한 성격의 천재적 진단의학과 과장이다)에게는 꽤 터프한 취미가 몇 가지 있다. 시즌 7에서는 직접 몬스터 트럭을 몰기도 했지만, 백미는 ‘감자 멀리 쏘기 대회’ 출전이었다. 자기가 직접 감자를 가장 멀리 쏠 수 있는 구조의 총을 만들어 감자를 가장 멀리 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괴상하기 짝이 없는 경기지만, 하우스는 5년 연속 아시아계 과학 영재에게 챔피언 자리를 뺏긴 걸 진심으로 분하게 여길 정도로 진지하다. 게다가 라이벌인 과학 영재는 어찌나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지, 그 대회가 매력 있는 걸까 이 사람들이 오타쿠인 걸까 헛갈릴 지경이다.
하우스의 취미 못지않은 이색 스포츠들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호쾌해서 마음에 드는 건 200년 전통의 ‘쿠퍼 언덕 치즈 굴리기 대회’다. 이 대회는 영국 글로스터 지방의 쿠퍼 언덕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에서 열린다. 아래로 무게 3.17kg의 커다란 치즈를 굴리고는 달려내려가 치즈를 잡는 사람이 우승하는 경기다. 경사가 심하니 치즈도 데굴데굴, 사람도 데굴데굴! 구르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왠지 아하하 계속 웃을 것 같은데 사실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까지 나오는, 꽤 난이도 높고 위험한 대회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튜나라마 페스티벌’은 참치 멀리 던지기 대회다. 오스트레일리아 포트링컨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는 줄에 매단 8~10kg 무게의 참치를 가장 멀리 던지는 사람이 우승한다. 던지는 방법은 선수 재량에 맡기는데,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연구해 매해 참가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최고 기록은 1998년 해머던지기 올림픽 대표 출신의 숀 칼린 선수가 세운 37.23m. 남녀 부문에서 각각 5연패 이상을 달성한 대런과 브룩 부부처럼 단골 우승자도 생긴다. 원래는 매년 던지기 적당한 참치들을 모아 냉동 보관해 사용했는데, 참치를 낭비한다는 비난이 일자 몇 년 전부터 폴리우레탄 모형 참치로 바뀌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사무용 의자를 타고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경주도 있다. 대회 참가자는 사무직 종사자들. 200m 코스 안에 경사로·점프·내리막 구간도 있고, 최고 시속이 35km에 이른다. 그 밖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누라 들고 달리기’, 미국 뉴욕의 ‘신부 달리기’, 세르비아의 ‘하이힐 신고 달리기’ 등 이색 달리기 대회들도 열린다.
단체전도 있다. 영국 애슈번에서 열리는 ‘슈로브타이드 풋볼 대회’는 약 5km의 마을 전체가 초대형 축구장이 되어 벌이는 큰 규모의 경기다. 마을 사이를 가르는 강을 기준으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의 공을 상대편 지역으로 몰고 가는 경기다. 이틀간,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경기가 진행되는데 선수 수에 제한이 없어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다. 공을 가방에 숨기거나 자동차를 이용해 옮기면 반칙이다.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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