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재미없었던 건 누가 뭐래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부정 출발로 실격했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딴 요한 블레이크의 기록은 9초92. 이 기록으로는 볼트와 함께 달려서 이겼다 해도 그리 신나지 않았을 것 같다. 볼트가 2009년 세웠던 대회 최고 기록인 9초58의 기억이 있으니. 남자 100m는 볼트가 자신을 넘어서는가 실패하는가에 경기 승패가 달려 있었던 셈이다. 실격은 나올 수 있는 결과 중 최악의 패였다.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최고의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어이없이 실격당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의 짐 토르프 선수는 근대 5종, 근대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가장 강한 남자’로 기록됐다. 그의 기록은 1만 점 기준으로 8412점. 이후 15년간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 만에 그는 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13년 ‘운동선수나 강사의 자격으로 돈을 받는 것은 아마추어 정신에 어긋난다’고 선언했는데, 토르프는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출전 경력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규정에는 경기가 끝나고 한 달 이내에 위반 사실이 밝혀져야 메달을 박탈하게 돼 있었으나, IOC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토르프의 메달을 박탈했다.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나서 인디언 부족에서 자란 토르프에 대한 인종차별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메달을 반납하며 이렇게 말했다. “돈을 바랐다면 그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먹고살 만한 수입이 있었다. 나는 공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단순한 인디언 학생에 불과했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전혀 인식조차 못했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또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던지고 때리고 달렸다.” 그는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만으로 구성된 야구팀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0년
그는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때 그렇게 엄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IOC는 1983년 토르프를 복권시키고, 금메달 2개를 가족에게 돌려줬다. 그가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지 30년째 되던 해였다. 그의 묘비에는 “짐 토르프, 그대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운동선수입니다”라는 묘비명이 쓰여 있다. 먼 훗날 우사인 볼트의 묘비에는 어떤 말이 적히게 될까.
김지현 시나리오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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