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맛없는 빵과 작고 맛있는 빵이 있다면 넌 그 중에 어느 것을 먹을래?” 초등학교 1학년 때, 하루 는 짝꿍이 질문을 해왔다. 때로 아이들도 철학을 한 다. 그때 내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난 빵 싫어하는 데, 둘 다 안 먹을래.” 이후 우리의 대화는 단절됐다.
영화 (사진)는 2044년의 살인청부업자 이야 기다. 이들은 미래의 범죄조직에서 시간여행을 통 해 보내오는 사람들을 죽이고 대가로 은괴를 챙긴 다. 어느 날엔가 미래에서 루퍼로 자기 자신을 보내 온다면, 그것은 직업의 계약 종료를 의미한다. 즉, 은퇴다. 미래의 자신을 죽이고 퇴직금으로 두둑한 보수를 챙기면 된다. 축하파티가 열린다. 이후 죽는 날까지 정해진 기한은 30년, 일종의 시한부 인생이 지만 안락한 삶을 보장받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여 기에 기꺼이 열광적으로 동의한다.
해발 4100m 볼리비아의 ‘세로리코’라는 은광에는 열악한 채굴 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다른 직업이 월평균 30만원을 벌 때 이곳 에서는 그 2배인 60만원가량을 벌기 때문이다. 더 구나 캐내는 작업량만큼 벌기 때문에, 그들은 폭약 을 터뜨리자마자 연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광석을 캐러 달려든다. 온갖 먼지 로 가득한 수백m 지하 갱도는 미로처럼 무작위로 파헤쳐져 있어 산 전체가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위 험에 처해 있다. 종일 먹는 것이라곤 원액에 가까운 96% 알코올과 코카잎이 전부다. 규정상 18살 이상 만 일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일을 시작하는 나이는 10대 초반이라고 한다.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건 강을 몹시 해치게 돼 대개 40살 이전에 죽는다. 역 시 30년 정도의 시한부 인생을 택하는 것이다.
사람은 얼마나 사는 것이 적합할까? 에는 알렉산더의 침입에 맞선 인도의 철학자 들이 등장해 이 질문에 답한다. ‘사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나아 보일 때까지.’ 의 독립투사 김산 은 일본군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뒤 법정에 서서 다 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 사형을 받을지 모른다. 26년을 사나 100년을 사나 한평생이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나는 불행하지 않다.’
하지만 긴 수명이란 기회를 더 갖는 것이기도 하다. 이라는 회고록을 쓴 어느 모로코 여인은 18살에 사막의 감옥으로 끌려가 갇혀 있다 가 20년 만에 탈출한다. 세상에 나왔을 때가 38살, 살아 있기에 그 뒤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 에는 스페인 내전을 겪은 젊은 자매 가 나온다. 언니는 반대파에 몰려 감옥에서 처형을 당하고, 동생은 고초를 겪지만 살아남는다. 그러고 는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감옥 속의 애인을 19년간 기다린다. 마침내 그들은 고향 코르도바로 돌아간 다. 이런 삶에서 살아 있음은 좋은 것이다.
의외로 여러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하소연을 한다. 죽고 싶다고, 죽지 못해 산다고, 죽어져버렸으면 좋 겠다고. 그들은 대개 소외되고 가난하고 거칠고 술 에 찌들었거나 병에 걸려 있다. 그들의 눈망울을 바 라본다. 그들이 말하는 ‘죽고 싶다’는 소리는 역설적 이게도 ‘살고 싶다’는 소리로 들린다. 글썽하다. “그 래도 살아야지요. 힘내서 살아야지요.” 그들에게는 탈출할 감옥도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감옥은 탈출이 더 힘들다. 탈출하더라도 어디를 향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이 고문이라고 하더라도 없는 것보 다 있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희망은 살아 있는 오늘 을 살아 있고 싶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부터의 해방, 절치부심 끝의 성공, 사랑하는 사람과 의 재회, 만일 이런 행복한 대목이 인생 후반부에 배 치돼 있다면 수명은 정말 중요해진다. 일찍 죽어버린 다면 결코 맛볼 수 없을 인생의 단맛을 긴 수명이 가 능하게 해줄 수 있다. 100살 장수 시대가 위기가 아 니라 진정 축복이 될 수 있기를, 우리가 힘 모아 그런 사회로 만들어나가기를 함께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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