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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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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가거나, 아깝게 떨어지거나



축구 고수 3명의 예상, 2명이 1승1무1패 점쳐
등록 2010-06-11 20:38 수정 2020-05-03 04:26
6월4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평가전에서 이청용이 스페인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AP

6월4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평가전에서 이청용이 스페인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AP

1승1무1패?

그래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슬아슬하게 16강에 오르거나 아깝게 실패하거나. 은 축구 전문 사이트 ‘사커라인’의 이형석 편집위원, 남성 전문 채널 〈SKY EN〉 송영주 축구해설위원, 축구 전문지 의 이은혜 기자에게 월드컵 예상을 물었다. 국내외 축구를 줄곧 지켜봐온 숨은 3인의 고수가 예상한 한국의 성적은 비교적 낙관적이었는데, 이들은 한국이 16강에 올라도 이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모두 아르헨티나전 패배 예상

한국의 성적을 조 2위(2승1패)로 예상한 이형석 위원은 “한국이 속한 B조의 판도는 아르헨티나 1강과 나머지 3중”이라며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은혜 기자와 송영주 위원은 나란히 1승1무1패를 예상했는데, 다만 한국이 승리를 거둘 나라로 그리스(이은혜), 나이지리아(송영주)를 각각 꼽은 점은 달랐다. 송영주 위원은 “한국이 그리스·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이은혜 기자는 “이변이 없으면 한국은 1승1무1패 혹은 1승2패의 성적으로 조 3위에 오를 가능성이 60~70%”라며 “냉정하게 말하면 3위,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나면 조 2위”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와 송 위원은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한국이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이기고 2승1패로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공통된 전망은 그리스전 결과가 월드컵 전체의 운명을 가른다는 것이다. 이 위원이 예상한 그리스전 포인트는 선제골 싸움. 그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그리스 특성을 감안해 선제골을 내주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한국이 선제골 사냥에 성공하고 흐름만 잘 유지하면 2-0 낙승도 꿈만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그가 꼽은 그리스 경기의 ‘격전지’는 좌우 측면. 이 위원은 “그리스의 왼쪽 윙포워드 사마라스를 차두리(혹은 오범석), 오른쪽 윙포워드 살핀기디스를 이영표가 잘 막아야 한다”며 “중앙으로 자주 이동하는 이들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정우와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의 ‘커버 플레이’가 중요하단 것이다. 그리스전 1-0 승리를 예상한 이 기자도 수비를 승부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박지성, 박주영 심지어 이동국, 누가 골을 넣든 한국의 ‘포백 라인’이 그리스의 파상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승부가 달렸다”고 전망했다. 송 위원도 “수비의 안정감”을 강조했다. 이렇게 이들은 한국이 그리스전에서 실점하지 않아야 승리한다고 공통되게 전망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경기를 이기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대회를 우승한다’는 축구계 명언이 겹치는 대목이다.

아무도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메시, 테베스, 이과인, 밀리토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의 막강 공격진을 막기엔 한국의 수비가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형석 위원과 송영주 위원은 한국이 평소에 쓰는 4-4-2 포메이션 대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투톱 가운데 한 명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4-2-3-1 포맷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3인은 한국이 지더라도 영패는 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1-3 패배를 예상했는데, 아르헨티나 수비에 허점이 없지 않아서 한국이 한 골 정도는 넣을 것으로 본 것이다.

나이지리아와는 난타전 될 것

나이지리아와는 득점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예상됐다. 전문가 3인은 강한 압박을 필승 카드로 꼽았다. 이 위원은 “포백 라인을 끌어올려 과감한 압박을 하고, 좌우 측면을 크게 휘두르는 속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빠른 공격진에 견줘 허약한 나이지리아 수비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중원 대결이 승부처”라며 “청소년 대표부터 국제대회에서 경쟁해온 미켈과 쌍용(이청룡·기성용)의 맞대결이 볼거리”라고 평가했다. 이형석과 송영주 2-1 한국승, 이은혜 2-2 무승부로 결과에 대한 예상은 달랐지만 한국이 2골을 넣을 것이란 전망은 같았다. 이 위원은 “포백 라인을 끌어올려 압박을 하다가 생기는 수비 뒷공간의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득점만큼 실점 가능성도 높은 경기”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G조’에 편성된 북한은 과연 1966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3인의 전문가는 북한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형석 위원은 “최하위를 면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북한이 전패로 힘없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전망했다. 강호들 사이에서 적어도 한 차례 정도는 무승부를 기록해 G조의 판도를 흔드는 ‘고춧가루 부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무 혹은 2무를 예상한 송영주 위원은 “수비수 다섯을 두는 5-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한 북한의 극단적 수비 전술이 단조롭다는 비판을 듣지만 완성도는 높다”고 평가했다. 이은혜 기자는 3패를 예상하면서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 카카의 브라질에 악몽 같은 90분을 선사하는, 아무런 후회도 없고 비난도 받지 않을 3패!”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196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 에우제비우의 포르투갈에 비록 패했지만, 전반에 3-0으로 앞서며 악몽 같은 시간을 선사했던 영광을 재현하려는 남북 코리아의 도전은 시작됐다.



월드컵에서 떠오를 스타들
아르헨의 마리아·스페인의 나바스 주목

월드컵은 새로운 선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해외 축구에도 능통한 축구 마니아가 아닌 평범한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통해 ‘월드’의 떠오르는 스타들을 대면하게 된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에 리오넬 메시도 아르헨티나의 벤치를 지키는 후보였다. 프랑스에 리베리라는 지단의 후계자가 있다는 사실도 한국과 프랑스가 같은 조에 편성됐기 때문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내일의 메시와 리베리는 누가 있을까.
한국과 같은 조에 있는 아르헨티나에는 앙헬 디 마리아(22·벤피카)가 있다. 왼쪽 윙어인 디 마리아는 오른쪽에서 주로 공격을 하는 메시와 대응을 이루며 위력을 높인다. 이형석 편집위원은 “일대일 돌파에서 보여주는 폭발력과 스피드, 왼발의 날카로움은 네덜란드의 슈퍼스타 아르옌 로번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호세 무리뉴 감독은 디 마리아를 두고 “포르투갈 리그만큼 메이저 무대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월드컵은 디 마리아가 이런 의혹을 불식하고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절호의 기회다. 반면에 한국엔 메시로 신경이 집중된 사이 한 방을 먹일지 모르는 요주의 인물이다.
스타에겐 스토리가 있다. 어려서 성장호르몬 장애로 고생한 사연은 메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이은혜 기자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 차세대 스타로 스페인의 헤수스 나바스를 꼽았다. 25살의 나바스는 실력은 오래전부터 ‘국대급’이었지만, 이번에 뒤늦게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어린 시절 공황장애를 겪어서 비행기를 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사연뿐 아니라 얼굴도 훈훈한 나바스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송영주 축구해설위원은 머나먼 칠레의 알레시스 산체스(22·우디네세)를 주목한다. 칠레의 ‘원더 보이’ 산체스는 15살에 칠레 프로리그, 17살에 A매치에 데뷔했다. 그리고 남미 예선에서 3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하며 칠레를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이제 환상적인 드리블을 감상할 순서만 남았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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