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전’ 가작… 코트디부아르에서 피난온 소년을 만나다</font>
▣ 한솔 대원외고 3학년
<font color="#C12D84">[일어나라, 인권 OTL 16] </font>
세계인권선언문을 읽으며 한 소년이 떠올랐습니다. 2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아이입니다.
마. 쉴. 라. 참 낯선 이름을 가진 소년이지요. 까맣고 빼빼 말랐는데 눈은 땡그랗기에 더욱 빛나는 아이입니다. 이리저리 날뛰는 아홉 살짜리 소년입니다. ‘형! 형!’ 부르면서 뛰어올 때가 제일 귀엽지요. 다섯 평 남짓 되는 집에서 방방 뛰며 벽에 쿵쿵 부딪치면서도 즐거워하지요. 그런데 마쉴라를 길에서 본 어른 중 몇 분은 “깜둥이”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제 눈에는 그냥 까무잡잡한 귀여운 동생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깜둥이’가 됩니다. 피부색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요?(세계인권선언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에 따른 어떠한 구분도 없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모든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마쉴라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아이입니다. 내전을 겨우 피해 엄마 손에 이끌려 40개월 전 한국으로 피난왔다고 합니다. 유명한 축구 선수 드로그바가 아니었다면 평생 듣지도 못했을 나라를 마쉴라 덕분에 뚜렷이 알게 되었습니다. 제겐 귀여운 동생이고 귀한 손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난민 신청자가 1천 명도 넘는데 ‘귀한 손님’처럼 난민 인정을 받은 분은 단 76명입니다. 남방에서 날아온 제비도 손님으로 맞이한 흥부네 나라에서 마쉴라는 아직 손님이 아닙니다.(세계인권선언 제14조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가서 피난처를 찾고 그것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마쉴라의 꿈은 비행기 조종사랍니다. “비행기를 타면 아무 데나 갈 수 있잖아요. 엄마와 같이 우리나라 가고 싶어요. 아빠도 보고.” 방학만 되면 한국 밖을 벗어나 해외 여행·연수를 간다는 요새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비행기 타고 조국 땅을 밟아도 저 소년이 맞닥뜨리는 것은 머리를 겨누는 총부리뿐일 텐데, 마쉴라는 그걸 알까?’ 마쉴라가 크면 엄마가 얘기해주겠지요. 마쉴라의 꿈을 들으며 현실과 눈물을 함께 삼켜야 할 소년의 미래를 생각해본 저도 우울해졌습니다.(세계인권선언 제13조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안에서 어디에든 갈 수 있고,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마쉴라는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 당연히 ‘인권’이란 말도 알 턱이 없습니다. 마쉴라 같은 아이들에게는 ‘인권’이란 말보다는 사랑, 꿈 그리고 ‘우리나라’가 더 친숙하겠지요.
마쉴라 앞에는 ‘깜둥이’라는 손가락질, 한국 정부의 냉대, 전쟁의 총부리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마쉴라같이 씩씩한 소년도 이런 현실 앞에는 한없이 약합니다. 유일하게 마쉴라를 감싸주는 것은 인권입니다. ‘내가 마쉴라라면…’이라는 생각을 통해 인권을 곱씹어봅니다. 세계인권선언문을 보면 ‘뻔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이 있습니다. 이같은 원칙이야말로 내 동생 마쉴라를 감싸주는 따뜻한 손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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