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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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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의리 지키려 ‘국민 나몰라라’ 국민의힘

마치 내란이 없었던 것처럼 구는 여당의 괴논리와 뻗댐… 국민 향한 정서적 테러까지
등록 2025-01-03 21:31 수정 2025-01-05 22:23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25년 1월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25년 1월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성’ 위장장애와 불면, 욕지기와 한숨 사이에 해가 바뀌었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지 확인하느라 밤잠을 설쳤고, 관저 앞 지지자들을 부추겨 내란도 모자라 내전을 획책하는 짓을 성토하다 떡국떡이 목에 걸리기도 했다. 아 진짜 새해에는 각별히 건강과 미모만 챙기고 싶은데, 도와주질 않는다.

내 주변의 유일한 ‘윤석열 뽑은 자’는 곤두박질치는 주가에 급기야 ‘돌은 자’가 되어, “윤석열이 빵에 가지 않으면 내 손으로 잡아 족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가진 자’로서 이웃 가운데 점잖음을 담당하던 이였는데 나날이 입이 험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저 살려고 버틴다 쳐도 국민의힘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윤석열은 아내와 점쟁이와 극우 유튜버를 믿는다 해도 국민의힘은 누굴 믿고 이러나. 당장 출당, 탈당시켜도 모자랄 판에 결사옹위 태세라니. 수사에 앞서 탄핵 심판이 먼저라더니 정작 심판을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은 방해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거부권만 있을 뿐 임명권은 없다고 우기고(권성동 원내대표), 국정 안정이 최우선이라면서 재판관 추가 임명을 위한 야당과의 협상은 없다고 억지 부린다(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그러면서 이게 다 12·3 비상계엄 전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적댄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고 한다. 괴논리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자는 심산인가.

도무지 공당이라 볼 수가 없다. 내란 직후에는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해도 내란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오히려 똘똘 뭉쳐 윤석열을 비호한다. 다 같이 죽자는 이판사판 뻗댐일까. 전광훈과 태극기부대에 또다시 구애하며 ‘썩은 동아줄’을 잡는 어리석음마저 드러냈다. 서로를 믿지 못해 투표 때 집단 퇴장을 하더니 이제는 집단의 이름으로 찍소리 하나 못 내게 한다. 안철수 조경태 한지아 김예지 김상욱 의원 등은 없는 사람 취급 당하고, 긴 침묵 속에 있던 김재섭 의원은 새 지도부의 조직부총장으로 임명‘당한’ 듯하다. ‘씨감자’까지 갈아 먹은 꼴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지 불분명한 문서를 새 비대위원장 명의로 내놓고는 ‘어쨌든 사과했다 치고’ 지도부가 앞장서 아무 말이나 늘어놓으며 당내 다른 소리를 다 묻어버린다. 압도적 국민 다수의 성토는 귀를 막고 ‘안 들려 안 들려’ 도리도리한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은 이익 추구를 위한 조폭만도 못하다. 사적 의리가 신념과 가치가 돼버린 ‘사교 집단’에 가깝다. 그것도 ‘배신자 처단’이라는 광증에 빠진.

이들은 마치 윤석열의 내란이 없었던 것처럼 군다. 정국 안정의 첫 과제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까지 거부한 ‘한덕수의 난’을 국회가 탄핵으로 진압한 날, 검찰은 윤석열과 그 하수인들의 내란 행적을 자세히 밝혔다. 윤석열이 도끼로 본회의장 문을 부수거나 총을 쏘아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고 나오라고 지시했다는 생생한 증언이 복수로 확인됐다. 야당 대표와 유력 인사들, 심지어 자당 대표까지 잡아 가두려 했음이 거듭 드러났다. 체포조가 지녔던 야구방망이와 케이블타이, 안대와 송곳 등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비상계엄이 그저 통치행위이고 야당의 등쌀에 ‘오죽하면’ 벌인 소란 정도였다고 여길 수 있는가. 신속한 심판과 수사에 뭐가 더 필요한가.

‘괴멸의 공포’에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국민을 향한 정치적·정서적 테러를 당장 멈추라.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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