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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OTL] 예외가 없는 법칙

등록 2008-08-29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전 가작… ‘모든 사람’과 ‘어느 누구도’가 주는 감동</font>

▣ 방준호 서울고 2학년

<font color="#C12D84">[일어나라, 인권 OTL 16] </font>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There is no rule without exception.’

이것은 영어 기초 문법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외우게 되는 중요한 문장 중의 하나이다. 중학교 때 내게 이 문장을 외우게 했던 영어 선생님께서는 이 문장에 포함된 문법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점점 더 깊은 의미를 알게 해주는 좋은 문장이라고 설명해주셨다. 그때 나는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이 말의 의미를 사람이 만든 모든 법칙이 가질 수밖에 없는 불완전성과 한계를 설명하는 것이라고만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삶이 얼마든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것과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항상 옳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으로 새롭게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내가 좀더 나이가 들면 그때는 또 다른 의미로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인권선언문을 보면서 돌연 이 문장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선언문을 읽는 동안 그 수많은 금과옥조들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내 마음에 새겨진 말은 바로 ‘모든 사람’이라는 두 단어이다. 한줄 한줄마다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한 인간의 권리들이 차곡차곡 담긴 이 선언문을 1조부터 30조까지 이끌고 나가는 힘은 이 ‘모든 사람’이라는 말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가슴 벅찬 경이로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법칙은 예외가 있다고 배워왔고 그것 때문에 내가 노력했던 일들이 정해진 공식대로만 진행되어 예상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게 삶은 불안정한 혼동의 소용돌이거나 미완성인 이야기책과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 우리가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들이 실은 항상 정확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과연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의문들을 항상 미해결로 남게 했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예외가 없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이 인권선언문에 아무리 좋은 내용들이 담겼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차별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평등이라는 인권의 기초 개념조차 지키지 못한 실패작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선언에 담긴 인류의 귀한 보석 같은 이 문장들은 앞머리에 ‘모든 사람’이라는 완벽한 인권평등의 단어를 이끌어내면서 그 존엄한 가치를 완성하고 있다.

이로써 인류는 비로소 ‘예외가 없는 법칙’을 가지게 됐으며 그것은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이렇게 다양한 내용과 깊이를 가진 소중한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으로 시작되는 문장들이 인류가 가지는 소중한 인권의 다양함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라는 말로 시작되는 문장들은 인류로부터 빼앗아서는 안 되는 권리들을 보다 준엄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 어떤 단 한 사람에게라도 행해져서는 안 되는 행동들과 빼앗아서는 안 되는 권리에 대한 엄격한 조항들은 ‘어느 누구’라는 두 단어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나는 ‘어느 누구’도 노예제와 형벌, 체포 구금, 간섭과 침해를 당해서는 안 되며 국적과 재산을 빼앗겨서도 안 된다는 내용을 읽을 때마다 ‘모든 사람’이 가진 권리에 못지않게 한 사람의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위대한 수호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으로 시작된 조항들은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가지는 권리들, 향유해야 하는 권리들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담아 광범위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없이 너그럽고 부드러운 모성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비해 ‘어느 누구’로 시작되는 조항들은 인류에게 빼앗아서는 안 되는 인권, 해서는 안 되는 금지 조항들을 단호한 이성과 판단으로 담아내면서 엄격한 부성처럼 다가온다.

지금도 나는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말이 참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예외가 없는 법칙이 존재 한다’는 말 역시 참이라고 믿는 모순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기에 인류 역사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욱 흥미로운 것이 되고, 우리는 삶을 끝까지 지속할 이유를 갖게 된다. 또한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운명론에 빠져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어려움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예외가 없는 법칙-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 이 있기에 시대와 장소, 인종 등에 따라서 조정되지 않는 서로 다른 가치관들의 충돌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인류 공통의 고귀한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전통, 문화, 경제적 이유, 정치적 이념 등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킬 때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억압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지키거나 고쳐나가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외가 있다, 없다는 이 두 가지 주장은 우리의 삶을 서로 정반대 방향에서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맞붙어 ‘인류의 인권과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하나의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예외가 없이 소중한 권리가 있고 모든 삶에는 예외가 있기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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