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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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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OTL] “정치는 덮고 밥을 주자”

등록 2008-08-01 00:00 수정 2020-05-03 04:25

북한 지원을 위한 기증 릴레이에 자신의 옷가지 기부한 배우 한고은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⑭]

천하일색 그녀들이 나섰다. 박정금 여사가 발품을 팔았다면, 사공유라 언니는 기부에 나섰다. 에서 사공유라로 출연하는 한고은씨가 평소에 지녔던 어여쁜 옷가지를 모아서 7월22일 오후 12시10분 ‘아름다운 가게’ 안국동점으로 사뿐히 걸어 들어왔다. 정성껏 접은 갈색 코트, 은색 재킷을 손에 들고서. 옷가지 위에는 그가 드라마 출연 당시에 차고 나왔던 시계도 놓여 있었다. JTS와 아름다운 가게가 함께 여는 북한 긴급식량 지원을 위한 연예인 기증 릴레이에 기부한 ‘패셔니스타’ 한고은의 소장품들이다. 그의 기부품은 경매를 통해 팔려서 동포를 돕는 일에 쓰인다. 그는 배종옥·김여진씨에 이어 세 번째 기부자다.

‘배종옥 언니’를 통해서 올 들어 더욱 다급해진 북녘의 식량난을 알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소신이 또렷이 녹아 있었다. 그는 “죽어가는 아이들은 정치를 모르지 않느냐”며 “잠시 정치는 접자”고 말했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 동포로, 어른으로 순수하게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고 호소했다. 그가 기증한 물품은 경매를 통해 밥으로 바뀌어 북녘 아이들 밥상에 오를 것이다. 그것이 그가 동포를 대접하는 방식이다. 세상의 근심도 모르지 않는다. “우리의 성금이 북한 동포에게 전해질지는 2차적인 문제가 아니냐”며 “그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고 그것이 아이들 밥상에 오르길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성장기를 외국에서 보낸 그여서 더욱 동포를 향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그는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 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우리 동포, 우리 식구부터 잘 챙겨야 남도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가 대접한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장애인들이 만든 ‘We Can’ 쿠키를 받고서 한마디. “이런 가게가 럭셔리 동네에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웃으며 한마디 더 당부. “세금 많이 내시는 분들 기부하세요. 세금 공제도 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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