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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OTL] 같은 엄마끼리 미안해 울다

등록 2008-08-01 00:00 수정 2020-05-03 04:25

서울 잠동초등학교 학부모들과 만나 북한 어린이 돕기 호소한 배우 배종옥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⑭]

“내 아이가 저렇게 먹을 수 없다면 얼마나 마음이….”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고 목이 메었다. “마음이… 아플까.” 또다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했다. 7월24일 오후 4시 배우 배종옥씨는 60여 명의 어머니들 앞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다.

북한 불신·걱정 잠재운 ‘리얼토크’

이날은 국제구호단체 JTS에서 주최한 ‘배종옥과 함께하는 리얼토크, 북한 어린이 엄마들이 살리자’ 첫 강의가 서울 잠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 동영상을 보여주자 그를 반갑게 반겼던 잠동초교 학부모들도 한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해골이 드러날 정도로 마른 북녘 아이들을 처음 보고서 ‘아~’ 놀라다 ‘하~’ 탄식하던 이들이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박정금 여사의 마음이 이토록 간절했을까. 드라마 의 주인공 배종옥씨가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북한 동포 돕기에 나섰다. 벌써 4년째, JTS 홍보대사로 거리 모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톱스타의 자존심은 뒷전에 미뤘다. 거리에서 외면하는 사람을 붙잡고 제발 도와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일도 이제는 익숙하다. 달리 이유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1천원이면 북한 동포 한 명이 일주일을 먹습니다. 1만원이면 4인 가족이 한달을 삽니다.” 달리 이유가 있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그는 중학생 딸을 키우는 ‘어미’가 아니던가.

이날 ‘리얼토크’에선 리얼한 질문이 나왔다. “북한 사람들도 우리가 도와주는 것을 아나요? 안다면 총을 쏘지는 않을 텐데요.” 아니나 다를까, 금강산 피격 사건을 염두에 둔 질문이다. 하지만 곤혹스런 질문에도 위축되지 않는 ‘선수’가 됐다. “이제는 그들도 남쪽이 도와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이죠.” 또다시 이어진 ‘상식적’ 질문. “우리가 모금을 해서 보내면 제대로 전달이 되나요?” 혹시나 성금이 아이들 입에 들어갈 밥이 되지 않고 남쪽을 겨누는 총칼로 돌아올까 걱정하는 물음에 그가 답한다. “일단은 옥수수를 사고요. 옥수수도 현금으로 교환될 위험이 있어서 옥수수 가루를 만들어서 보냅니다.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모니터링도 하고요.” 그제야 안도하는 눈빛이 어머니들 사이에 번진다.

고난의 행군까진 아니어도 고된 일정이었다. 이날 아침 6시까지 꼬박 밤을 새워 드라마 촬영을 마쳤다. 쉬고 싶은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러나 앞으로도 불러만 준다면, 시간만 난다면, 언제든 달려갈 생각이다. 벌써 내 몸을 움직여 굶주린 사람을 돕는 맛을 알아버렸다. 좋은 일일수록 가까운 사람과 나눈다는 마음에 거리 모금 캠페인에 딸도 함께 나간다. 손창민, 김민종, 이혜숙, 송옥숙, 이렇게 에 나오는 익숙한 배우들이 모두 북한 동포 돕기 릴레이 동영상 ‘미안하다 동포야’에 동참했다. 자신만 돕는 것에서 나아가 남에게 열심히 돕기를 권유하는 박정금 여사의 노력 덕분이다.

‘박정금팀’이 함께 뭉쳐 거리 모금

‘미안하다 동포야’에서 박정금 아니 배종옥 여사가 하시는 말씀. “북한은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은 너무나 먼 우리의 이웃입니다. …죽음을 가까이 둔 이웃을 위해서 여러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모금함에 봉투를 넣는다. 그가 북한 동포 돕기에 내놓은 성금이 올해만 2천만원. 마음으로 보내고 몸으로 ‘때운’ 가치는 더없다.

[인권 OTL-30개의 시선]⑭ 밥이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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