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007년 9월 발표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정권이 바뀌자 뒤집은 것이다. 이러한 국방부의 입장 뒤집기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다수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온 한국 보수 기독교단체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동시에 독실한 기독교 장로인 대통령의 눈치도 알아서 살폈을 것이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987년 이후 수차례의 결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세계인권선언 제18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B규약’) 제18조(양심의 자유)에 기초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회원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2006년에는 유엔 B규약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라고 권고했고, 2007년 개인 청원에 대한 결정에서 한국 정부가 B규약 제18조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2004년 한국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하는 입법적 보완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인권법의 관점에서 볼 때 양심적 집총 거부가 소수파 종교집단의 반사회적 행동이 아니며 대체복무제가 애국심 없는 병역기피자를 도와주는 제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전세계에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는 이데올로기나 종교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호 문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총을 잡는 것만 아니라면 군복무보다 더 긴 기간에 다수인이 꺼리는 사회봉사에 헌신하겠다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입대를 하든지 양심을 포기하든지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압하며, 매년 500명 이상을 감옥에 보내는 나라가 ‘문명국’이 맞는가? ‘정통’과 ‘참전’의 양심만 양심이고 ‘이단’과 ‘반전’의 양심은 처벌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는 독선과 미망(迷妄)의 암흑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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