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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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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에서 소통의 바다로

등록 2003-10-09 00:00 수정 2020-05-03 04:23

[외계어에 반대하는 학생이 외계어 사용자에게]

안녕? 난 1천만명이 넘는 우리나라의 네티즌 중 하나야. 하루의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하는 데 사용하지.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참 많아. 가장 어이없고 황당한 건 알아볼 수 없는 글자-일명 외계어라고 하지-를 쓰는 사람들이야.

외계어를 쓰는 아이들은 개성이 있다거나, 글씨를 예쁘게 하려고,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서, 축약한 언어가 자판 두드리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외계어를 쓴다고 대답하더라. 나도 축약한 언어가 자판 두드리기에 좋다는 점엔 공감해. 그렇지만 지나친 축약, 특수문자 사용으로 의미를 알아볼 수 없는 외계어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야.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야. 뜻이 통하지 않는데 언어의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희들끼리의 의사소통은 가능하겠지. 일부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어떻게 발전해가는 언어라고 말하는 거니?

“듸 今 쨩 궁 이 아뎡 껄봐아 어 댜 눙 채엉얼에 날 흠 뒈 루 엉 얼…의 말 잉 아!!!!”

이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외계어야. 특수문자 없이 한자 한 글자랑 한글로만 이루어진 글이지만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해. 난 처음 봤을 때 다른 나라 사이트를 잘못 들어갔는데 폰트가 없어서 깨진 것인 줄 알았어. 이런 것을 보고도 대화단절의 심각성을 모르겠다는 거야? 물론 한국의 모든 사람이 문법과 어법에 맞는 말을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100% 맞춤법을 맞게 쓰지는 못해. 그렇지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식의 이유를 들어 일부러 틀리게 쓴 적은 없어. 한 사람의 네티즌으로써 무조건 외계어를 반대하겠다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의사소통에 심한 지장이 있는 글들은 네티켓 차원에서라도 자제해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외계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해주었으면 해. 무조건 외계어는 너희들의 언어이고, 개성이라고만 하지 말고. 이제 알고서도 틀리게 쓰는 문법파괴는 그만두고 아름다운 한글을 가꿔나가는 건 어떨까?

오정민 | 청소년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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