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 청소년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한 글이다. 현실의 청소년들이 향유하는 놀이문화가 얼마나 협소한지 알 수 있다.
오늘은 토요일. 지긋지긋한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시험 기간 내내 눈이 감길 때마다 커피를 무슨 보약 마시듯이 마셔가며 잠을 쫓았다. 학교를 나서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간다. 하지만 PC방에 있는 게임의 대부분이 집 컴퓨터에 있다. 한 시간도 채 안 하고 PC방을 나와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다. 하지만 음치인 나에게 노래방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밤이 되자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약속장소로 나가자 애들이 여럿 와 있다.
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각. PC방도 노래방도 밤 10시가 넘는 순간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이 된다. 오락실이나 도서관은 아예 문을 닫는다. 이 시간에도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학원 또는 독서실뿐. 친구들은 이미 어느 술집이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고 안 하는지 다 파악하고 있었다. 술집에서 한병 두병 소주를 마시다 보니 답답하던 속이 싹 풀리는 기분이다. 기분 좋게 술집을 나온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살짝 어질어질한 게 기분이 좋다. 나는 딱 좋은데 다른 녀석들은 아직 성에 안 차는지 더 마시자고 한다. 가게에서 술과 담배를 사들고 산으로 간다. 정자에 둘러앉아 또 술을 마신다. 게임을 하다 걸려서 벌칙으로 소주 한잔 원샷. 몸을 가누기가 좀 힘들고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갔다간 크게 혼날 듯싶다. 결국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으로 향한다. 가운을 걸치고 휴게실에 빈자리를 찾아 쓰러진다. 눈을 뜨니 오전 10시다. 머리가 깨지는 것 같다. 앞으로 술을 ‘적당히’ 마셔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면 나는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우리들은 공부하거나 일탈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학생이 공부만 해야지 무슨 놀 생각을 하냐며 요즘 애들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고 생각하시는 어른들. 그분들에게 며칠 전 영어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영어속담 하나를 읊어드리고 싶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아이를 바보로 만든다).”
곽호창 | 청소년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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