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전국에 603개의 청소년 문화의 집, 청소년 수련관, 학생야영장, 유스호스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마다 청소년들이 문화적 감성·과학정보·봉사협력 등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구민회관이나 청소년 단체들이 만든 문화시설을 더하면 우리의 청소년 문화 인프라가 형편없이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왜 청소년들은 ‘놀 곳이 없다’고 한탄하는 걸까.
많은 청소년 단체 활동가들은 문화시설의 소프트웨어와 인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공동체 ‘품’ 심한기 대표는 “국가에서 몇십억원씩 들여 문화의 집을 지어놨지만 청소년들이 생산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무료 PC방 이상의 의미가 없는 시설도 꽤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학생청소년위원회 김정욱 위원장은 “문화공간마다 청소년들이 오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기껏해야 수영이나 농구 등 스포츠 강좌가 대부분”이라며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청소년수련과 나의순 사무관은 “시설별로 청소년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운영경비를 지원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외국의 우수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설의 등급에 맞게 자격을 갖춘 청소년 지도사를 한두명씩 두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문화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YMCA 청소년 사업부 강혁 지도사는 “청소년 지도사의 역사가 10년밖에 되지 않았고, 서울은 좀 나은 편이나 지역에 가면 군 전체에 청소년 지도사가 한두명밖에 없는 곳도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그는 문화시설에 대한 정부의 평가방법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1년에 몇명이나 방문하는가를 기준으로 재정지원 등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 지도사는 “좋은 프로그램을 받는 청소년이나, 와서 농구 한판 하고 가는 청소년이나 다 연인원 1명으로 계산되니, 힘들게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보다는 어떻게 청소년들을 많이 끌어올까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소년 문화공간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에게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입시교육의 압력에 찌든 청소년들은 상시적으로 문화시설을 찾아 다양한 문화경험을 나눌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 문화단체·문화시설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교조 김정욱 위원장은 “학교에서 0교시와 강제적 자율학습·보충수업을 없애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학교가 ‘학교 밖’을 인정하지 않으면 청소년 문화시설은 놀이터 정도의 기능만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인정해야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에 뒷산에 올라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을 끌어올 수 있다. 학교 축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등의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개최하는 ‘도서관 축제’나 남한산성 내 마을과 함께 학교를 가꾸는 남한산 초등학교 등 모범사례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와 교육부가 긴밀히 협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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