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산 기자의 학교!]
청소년들이 직접 쓴 가상 콩트 ‘유스토피아의 아침’… 이곳에선 놀이와 배움이 공존한다
김민지 · 박지형/ 청소년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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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 휴대전화에서 아침 알람소리가 울린다. 오늘은 방학 첫날이다. 방학의 첫 출발! 이번 방학은 뭔가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문화센터에 강좌 신청을 하러 가야겠다. 동네마다 있는 문화센터는 학기 중에도 오후나 주말시간대에 청소년들을 위한 강좌가 많고, 학교와 연계가 잘돼서 수업이 끝나면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대신 문화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방학 때는 청소년을 위한 강좌가 더 다양해진다. 강좌를 살펴볼까.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가창력 키우기, 악기 다루기, 만화 그리기, 기초체력 단련, 다이어트 운동, 키크기 운동, 영화 평가, 영화 만들기, 정치와 친해지기, 힙합댄스, 신문읽고 토론하기, 봉사 배우기, 영어랑 벽허물기…. 이런 걸 보고 “골라먹는 재미”라고 하나 특히 중·고등학교 학교수업과 연관된 과목들이 있어서 단과학원을 찾던 학생들이 발길을 돌렸다. 나라에서 하는 곳이라서 수강료가 매우 싸고, 수업의 질이 학원보다 좋다. 수강생이 많은 건 당연한 일.
‘업그레이드’된 문화센터와 청소년 카페
센터 정문 앞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우리 문화센터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 강좌마다 학생들 스스로가 가르치는 방식을 도입해보았습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조사해온 뒤 발표하고 수업을 해보는 겁니다. 선생님이 전체 진행을 맡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줍니다.” 이야… 새로운 방식인 것 같다. 친구가 수업하니 졸리지 않을 테고, 방식이 다양하니 더 흥미 있고. 숫기 없는 친구들한테는 곤욕이겠지만, 사회생활 하려면 그쯤은 미리 해두는 게 낫겠지. 나는 노래 배우기반과 정치와 친해지기반 2개를 해야겠다.
수강신청을 했으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야겠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청소년 카페다. 카페면 카페지 웬 청소년 카페냐고 대부분 카페는 성인을 겨냥한 가게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가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시끄럽게 떠들고 놀고 싶은데 일반 카페에서는 그러기가 어렵다. 청소년 카페는 학생들이 올 만한 저렴한 가격대고, 떠들어도 괜찮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서빙과 청소, 간단한 업무 등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다른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여기저기 옮겨다니느라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고 경력이 쌓이면 보수를 올려주기도 해서 좋다.
‘입장료’가 있어서 인원수별로 계산을 한다. 앉아 있는 시간 동안은 기본적인 음료가 공짜로 주어지고 리필을 계속할 수 있다. 돈 없을 땐 입장료만 내고 싼 분식을 사먹으며 출출함을 달래면 되고, 주머니 사정이 될 땐 맛있고 비싼 음식도 사먹으며 놀면 된다. 청소년들 외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같이 오기도 한다. 카페 한쪽에 학습자료실, 회의방과 문화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좋다. 이 공간은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들이 직접 꾸려가는데, 자기 동아리를 홍보하거나 자신들이 보지 않는 책을 기부해놓기도 한다. 역시나 오늘도 사람들이 많다.
친구 지형이는 게임대회에 다녀왔다고 한다. 요즘엔 상품을 건 큰 대회뿐 아니라 동아리들끼리 개최하는 소규모 대회도 많다. 호창이는 운동을 하고 왔다고 한다. 운동시설 대여까지 해주는 스포츠센터는 강좌비를 국가가 보조해줘서 아주 싼 편이다. 민지는 동아리 발표회 준비에 바빴는데 노래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며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학교들끼리 연합해 주기적으로 여는 동아리 발표회에 가면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그때 뒤늦게 보윤이가 왔다. 왜 이리 늦었냐며 쏘아붙이자 그럴 만한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는 것이다. 듣자 하니 직업 탐구의 기회를 주는 자리가 있는데, 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지역의 문화단체들과 학교가 힘을 모아 개최한다. 이제야 조금씩 이런 자리가 생기는 거 같다. 말 안 하고 혼자 다녀온 정민이에게 뭐라고 했더니, 문화센터나 청소년 카페에 가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며 우리의 ‘무식’을 꼬집는다.
와서 데이트하세요
우리는 죽치고 앉아 있기 싫어서 갈 만한 곳을 꼽아보았다. 우선 영화관은 청소년 할인혜택이 많아져서 자주 가는 편이다. 일부 영화관은 장애 청소년들에겐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영화를 상영해서 손님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활동적인 놀이를 하고 싶어서 떠올린 곳이 스트레스 해소방이다.
여기는 그야말로 왔다 가면 스트레스가 대부분 풀린다. 예전엔 비싼 가격과 먼 거리 때문에 청소년들이 오기에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엔 대유행이다. 접시를 깨거나 소리 지르는 것 외에도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서 하고픈 말을 큰 소리로 외치는 코너도 있다. 고해성사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친구들은 상담이라고 하면 왠지 꺼리는데, 이곳은 상담소보다 더 편하다. 상대방의 얼굴도 알 수 없고, 자기 고민을 다 털어버리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맘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한 기회나 친구를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코너가 특히 인기인 것 같다. 이곳은 청소년 상담원과 연계해서, 교육을 받은 또래 상담자나 학교 동아리 모임 등의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이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투입된다. 고해성사를 듣고 같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해 신청자들이 꽤 많다.
역시나 아이들이 많다. 디지털이 판치는 세상에 아날로그로 노는 공간인 이곳을 오히려 선호하는 학생들을 보면, 다시 옛날의 놀이문화를 찾는 듯하단 생각도 든다. 와서 뭘 할까 두리번거리다가 중학교 때 친구 아름이를 만났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다. 데이트하는 친구들을 보자니 너무 부러웠다. 청소년의 연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른들이 많아져서 좋은 것 같다. 같이 데이트를 즐길 공간도 많아져서 은밀한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아름이는 주로 커플카페에 자주 간다고 했다. 커플카페에서는 다른 커플들과 함께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 수도 있다. 또 청소년 커플들이 특정한 날짜에 모임을 갖는 커플파티도 생겼다.
여행은 수업보다 중요하다
친구들과 소리도 지르고 물건도 집어던지며 스트레스를 풀다가 출출한 배를 달래려 밖으로 나왔다. 여럿이 있으니 역시 의견통일이 힘들다. 기름에 찌든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돈 주고 사먹는 건 아깝다. 그래서 우리들이 직접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먹는 슬로푸드 분식점에 가기로 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재료와 도구들은 모두 준비되어 있고 우리들이 먹을 양과 음식의 종류를 결정해서 설명서에 따라 직접 요리할 수 있다. 유기농 음식을 싸게 공급해서 재료에도 신뢰가 간다. 직접 음식을 만들면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헤어지기 전에 잠시 찾은 공원에는 거리공연이 한창이었다. 대부분 우리 또래였다. 노래·마술·댄스 등 웬만한 규모의 공원에는 거리공연이 많이 열려서, 무대에 서는 직업이 꿈인 학생들에겐 기회를, 공원을 찾는 주민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원에 큼지막한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봤더니, 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요즘엔 청소년 여행을 장려하는 추세다. 그래서 하루나 1박2일의 청소년 여행 코스가 많이 나왔다. 청소년 단체들이 연합해 마련한 청소년 여행기획은 일정 조절이 가능하고, 친한 친구들끼리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어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한다. 한마디로 코스와 안전은 책임지되, 내용은 자기들이 꾸려가는 패키지여서 비용도 싸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말이나 방학 때 접수가 많이 밀린다고 들었다. 지금 모여 있는 친구들과 한번 다녀오고 싶다.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하나둘 자기 집 방향으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밤길이지만 가로등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무섭지 않다. 모두 가고 혼자 집 앞까지 와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논 것 같고, 친구들과 떠들 수 있어 좋았다. 빨리 씻고 자야겠다~ 아~~피곤하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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