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 도상자갈 보충작업 현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관급공사들이 다 그래.”
철도시설 공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누가 입찰을 따내든 일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업계 사정을 모르는 기자에게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철도시설 관급공사의 불법하도급은 숨 쉬듯 익숙한 일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한겨레21은 코레일 관급공사에 만연한 불법하도급의 단면을 추적했습니다. 경북 안동의 건설업체 ㅊ사는 경쟁입찰에서 탈락하고도 공사 현장에 등장했습니다. 대표와 이사가 낙찰업체 소속으로 현장을 이끄는 ‘현장대리인’으로 등록된 것입니다. 이런 공사는 5년간 8건, 약 41억원 규모였습니다. ㅊ사와 일부 원도급사는 서류상 문제가 없고, 불법하도급도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관급공사 불법하도급은 결국 공적 재원으로 이뤄지는 공사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가령 코레일에서 10억원의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가 1억원을 수수료로 챙기고 실제 공사를 다른 회사에 넘기는 식입니다. 공사를 넘겨받은 쪽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합니다. 하도급업체 인력을 낙찰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등록하면 서류에는 낙찰업체가 직접 공사한 것으로 남습니다. 이렇게 실제 공사에 쓰일 예산이 줄어들면 부실시공 우려가 커집니다. 특히 철도시설 공사는 안전과 직결돼 있어 불법하도급 구조가 큰 피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런 사례가 얼마나 반복되는지 살폈습니다. 코레일의 최근 5년간 토목공사 자료에서 같은 기술인이 서로 다른 낙찰업체 소속으로 반복 배치된 공사는 214건, 약 1212억원 규모였습니다. 모두 불법하도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한 의심 사례가 다수 발견된 셈입니다.
이런 관행을 확인하고 바로잡으려면 누가 공사를 맡고 예산을 받았는지부터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레일의 소규모 공사·용역 집행 내역은 모두 공개돼 있지도 않습니다. 코레일이 내규를 근거로 계약부서가 아닌 사업부서가 집행한 수의계약 성격의 ‘소보수 집행’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내역은 5년간 1만6093건, 약 1343억원의 공사·용역에 이릅니다. 코레일은 계약서를 생략한 일반경비 지출이므로 수의계약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고 대가를 지급했다면 계약서 유무와 별개로 계약에 해당한다고 법률가들은 말합니다. 코레일이 내부 제도를 근거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적 재원이 투입된 공사의 실제 주체를 알기 어려운 상태를 “다 그렇다”는 말로 용인할 순 없습니다. 한겨레21은 관급공사에 만연한 불법하도급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지속해서 취재하겠습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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