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장이 2023년 4월18일 작업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이 사안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문신사법) 입법이 되겠습니까?”
타투이스트(서화 문신인 타투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의 김도윤 지회장이 재판장한테 들은 말이다.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포함된다는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는데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는 수사기관에 의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그가 2025년 9월1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때 겪은 일이다. 앞서 김 지회장은 4년 전인 2021년 12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지회장의 변호인은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보유하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이 “곧 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의 말을 중간에 자르며 그럴 일이 있겠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6일 뒤인 9월25일 문신사법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 법은 2027년 10월29일 시행된다.
2020년 2월 타투유니온지회 출범 이후 줄곧 문신사법 제정에 앞장섰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으로 내몰려 12월1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김 지회장을 11월1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진짜 타투 법제화는 대법원 판례가 바뀌어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입법은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결과다.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본 33년 전 대법원 판례가 옳지 않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있었기 때문에 문신사법이 국회에서 제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사법부도 과거에 잘못 묶은 매듭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
―김 지회장 말고도 타투, 눈썹 문신, 두피 문신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문신사들이 있는데.
“1992년 대법원 판례는 문신사법 입법 취지(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문신 등을 시술받으려는 이유가 의료 목적이 아니라 주로 미용 또는 심미적 목적이고, 시술자도 대부분 의료인이 아님에 따라 법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세계인이 지닌 보편적 기준으로 봤을 때 문제가 많은 판결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지금까지 판례 변경이 없었다는 것은 사법부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입법부에 뒤처진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사법부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재판을 모두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할 때 어떤 말을 했는지.
“문신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시술하도록 한 문신사법이 2년 뒤에 시행되면, 타투이스트들이 의료법 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이 면소(소송 절차 종료)된다. 하지만 나는 선고기일이 늦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 면소되는 것이 나 개인한테는 유리할 수 있겠으나, 현시점에서 정의로운 판결을 받아 하루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정의롭고 상식적인 판결을 바란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많은 동료가 비슷한 상황(불법의 굴레)에 처하고, 누군가는 그 피해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미디어가 타투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방송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 몸에 있는 타투를 테이프를 붙여 가리거나 영상에서 블러(흐릿하게 만들기) 처리를 한다. 타투는 사람의 외모다. 지워지지 않는 외모인데,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그 외모의 일부를 가리는 것은 폭력이다. 미디어가 그동안 자행했던, 앞으로도 계속 자행하리라 우려되는 이 일이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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